AI 디지털교과서 개발 끝…12월부터 학교 현장에 실물 배포

디지털 과몰입·촉박한 일정 우려에 도입 속도 늦출 듯
야당 교과서 아닌 교육자료 법률 개정안 통과 ‘변수’도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가 29일 완료됨에 따라 12월에 실물을 볼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 교육부는 이날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합격 도서 명단 76종을 관보에 게재했다. 검정을 신청한 심사본 총 146종 중 52.1%가 검정을 통과했다.

이로써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위한 모든 단계가 마무리돼 다음 달부터 학교 현장에 최종 합격본이 배포될 예정이다. 각 학교는 복수의 최종 합격본 중 수업에서 쓸 과목별 교과서 하나씩을 선정하게 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2025학년도 신학기부터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교실에서 사용된다. 적용 대상은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며 적용 교과는 수학, 영어, 정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별 능력과 수준에 맞는 학습을 지원하도록 고안됐다.

모든 학생이 일괄적으로 같은 수업 진도를 나가는 게 아니라 AI 디지털교과서가 각 학생의 성취 수준, 학습 현황 등을 다각도로 진단하고 분석해 맞춤형 학습 콘텐츠나 문항을 제공한다.

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을 파악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재설계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이런 학생 맞춤형 학습과 교육을 통해 잠자는 교실을 깨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일단 실물이 공개된 후 신학기까지 불과 석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그사이 교사들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들은 디지털 과몰입을 걱정한다. 가뜩이나 집에서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데 학교에서까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 단말기는 유해매체를 차단하도록 설정됐지만, 학생들의 인터넷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는 이용료, 인프라 구축 등에 드는 예산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교육부는 2026년 이후 도입 학년과 과목은 조정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어, 기술, 가정 과목은 도입 제외가 유력시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도입 일정 변경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면서 “단 현재까지 (도입 일정 변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날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것도 AI 디지털교과서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에 달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오전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할 경우 지역·학교 간 여건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달라져 학습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야당은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