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희 / JIS 10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날(IWD, International Women’s Day)을 맞아 세계 각국에서 여성들의 사회, 경제, 정치적 업적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올해 대표 미션 중 하나는 “여성이 건강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통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것” 이다.
여성의 전 생애에 걸친 건강 문제로는 평균 40년간 매달 5일씩 반복되는 생리에 있다.
UN 인권위원회 역시 “생리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낙인과 수치심은 학습권과 근로권 등 여성의 인권의 모든 측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라고 발표해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제도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는 아직도 500만 명의 여성들이 ‘생리 빈곤’(Period Poverty) 속에서 살아간다.
생리 빈곤이란 월경 기간 생리용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경제적 상태, 생리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제도적 어려움,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등을 뜻한다.
인도네시아 사회에는 생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널리 펴져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월경을 불청결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하며, 생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금기시한다.
유니세프 인도네시아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10대 여성의 25%는 첫 월경 전에 누구와도 월경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없었고, 17%는 월경이 사춘기의 신체적 징후라는 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또한 78%의 여성들은 자신이 생리 중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없게 하려고 일회용 패드를 세척해 생리혈을 제거한 뒤 폐기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월경을 둘러싼 사회적 금기 현상 때문에 많은 여성, 특히 월경을 처음 경험하는 여성 청소년들은 월경을 청결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지 못한다.
유니세프 자료에 따르면, 도시 지역 여학생의 ⅔, 시골 지역 절반 미만(41%)만이 적어도 4~8시간마다 생리대를 교체한다고 인터뷰했다. 또한 인터뷰에 응답한 거의 모든 여성청소년들은 생리를 하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당혹감 때문에 학교에서 생리대를 교체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생식기 발진과 질염의 위험을 대폭 증폭시킨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탐폰, 패드, 생리컵 같은 안전한 월경 제품의 접근성이 매우 낮다. 이는 생리용품에 부과되는 높은 세금, 즉 탐폰세(Tampon Tax)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생리용품을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으로 분류해 높은 세금을 부과하며, 비싼 월경 용품 가격은 여성들이 생리 기간 청결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문화에 널리 퍼진 “탐폰을 사용하는 것은 처녀성을 잃게 만든다”는 잘못된 인식 또한 여성들이 안전한 월경 용품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특히 인도네시아 시골 지역에서는 천이나 수건, 잎사귀, 신문, 휴지, 스펀지, 모래, 재 등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월경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비위생적인 재료를 생리대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생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 올바른 정보의 부족, 그리고 청결한 월경 용품의 부족은 여성의 건강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5년 유니세프 인도네시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학생의 약 80%가 월경 기간에 1~2일간 학교에 결석했다.
이는 학교에서 여학생이 패드를 씻거나, 교체하거나, 폐기할 수 있는 깨끗하고 사적인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월경이 부끄럽고 비위생적이라는 사회적 인식 역시 여학생들이 생리 기간에 학교에 가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월경 기간 지속해서 교육의 기회를 놓치는 것은 수많은 여성청소년들의 기회를 앗아간다.
월경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안전하게 월경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은 특권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권리이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PERIOD Jakarta, Nona Woman 등 여러 단체가 생리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제도적 변화를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생리 빈곤을 해결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여성들의 인권보장과 인도네시아가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잊어서는 안 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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