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함성이 객석의 함성과 더해졌다.
인도네시아 K-팝 팬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고개를 까딱거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코로나 사태로 한국에 갈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랬다.
10월 31일 오후 자카르타의 그랜드인도네시아몰 CGV영화관 1관과 2관에는 영화가 아니라 K-팝 공연을 보러 온 인도네시아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날 준비된 행사는 ‘스테이지 K-팝’으로, 코로나 사태 때문에 오랜 기간 한국에 가지 못한 팬들이 마치 실제 콘서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온라인 콘서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실감기술(XR·Extended Reality)을 활용해 K-팝 가수들이 눈앞에서 공연하고, 관객이 콘서트장에서 다 같이 따라부르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오후 1시 1회 공연과 오후 4시 2회 공연에 초청된 관객은 각각 565명.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2개 상영관의 좌석 50%만 채웠다.
앞서 이번 공연을 인스타그램 등 SNS에 현지 홍보한 결과 무려 3천명이 관객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신청해 이 가운데 무작위로 1천130명을 추첨했다.
극장의 불이 꺼지고,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공연이 시작됐다.
마치 드론을 띄워 콘서트가 열린 서울의 대형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듯한 화면이 펼쳐졌고, 온앤오프가 무대에 올랐다.
실제 콘서트장에 있는 듯 관객의 함성이 터졌고, 인도네시아 팬들은 점점 리듬을 타면서 즐기기 시작했다.
스크린 속 온앤오프가 ‘스물네 번’을 부르며 “소리 질러”라고 외치자 영화관에 앉은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고, “같이 불러보아요”라고 하자 한국어 가사임에도 자막 없이 따라 불렀다.
이어서 우즈가 ‘파랗게’로 시작해 ‘체이서’, ‘웨이팅’을 부르자 팬들의 들썩임이 느껴졌다.
정세운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큰 사랑을 받는 K-팝 명곡을 부르는 ‘히트곡 메들리’를 선보였다.
몬스타엑스, CRAVITY(크래비티), ITZY(있지)가 뒤를 이었고, 끝으로 슈퍼쥬니어 D&E가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부르며 2시간 30분의 온라인 콘서트가 끝났다.
10년째 슈퍼주니어 팬이라는 린다(28)씨는 공연이 끝난 뒤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18년에는 콘서트를 보러 한국에 갔었고, 2019년에는 슈퍼주니어가 자카르타에서 공연해 달려갔었다”는 그는 “코로나 때문에 이런 오프라인 행사가 없었는데, 오늘 정말 행복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린다씨는 K-팝 덕분에 한국어도 배웠다며 “행복해요”라고 한국어로 여러 차례 외쳤다.
보고르에서 공연을 보러 왔다는 토릭(21)씨는 “K-팝 팬들이 이렇게 같이 모여서 대형 스크린으로 공연을 보니 절로 신이 났다”며 감사를 표했다.
김영수 한국콘텐츠진흥원 인도네시아비즈니스센터장은 “즐거워하는 인도네시아 팬들을 보니 뿌듯하다”며 “스테이지 K-팝 공연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지쳐있을 인도네시아 한류 팬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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