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 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정부가 휴대전화(HP) 번호를 단순한 통신 수단에서 국가 디지털 신원의 불가분한 일부로 공식화(Wajib Verifikasi Biometrik)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이 조치는 2026년 발효된 「이동통신망을 통한 통신서비스 고객 등록에 관한 디지털통신부 장관령 2026년 제7호」에 근거하며, 휴대전화 번호를 국가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이용자 신원 확인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디지털통신부는 이번 제도의 도입 배경으로 급증하는 디지털 사기와 익명 번호의 오남용 문제를 지목했다. 메우트야 하피드(Meutya Hafid) 디지털통신부 장관은 “통신서비스 고객 등록은 정확하고 책임 있는 고객확인(KYC) 원칙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정당하고 권한 있는 고객의 신원을 보장하기 위해 얼굴 인식 생체기술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용되는 번호가 실제로 정당한 개인에게 확실히 귀속되는지를 확보하려 한다.
종전의 SIM 카드 등록 체계는 주민등록번호(NIK)와 가족카드(KK) 등 행정번호를 기반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온라인 사기 및 신원 도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다수의 사례에서 하나의 NIK를 통해 다수의 SIM 카드가 등록되거나, 익명으로 발급된 번호가 범죄·사기 행위에 악용되는 일이 빈번히 보고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휴대전화 번호와 개인 신원 데이터를 얼굴 인식 등 생체정보로 연계하는 제도를 도입해 신원검증의 신뢰성을 높이기로 했다.
생체인증 의무화와 함께 각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선불(프리페이드) 번호의 수를 통신사(사업자)별 최대 3개로 제한하는 조치도 시행된다. 정부는 이 제한이 디지털 공간의 보안을 강화하고 통신서비스의 오남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휴대전화 번호의 소유는 더 이상 단순한 행정적 데이터가 아니라 개인의 공식 신원에 직접 결부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국민의 권리 확대와 사업자의 책임 강화도 눈에 띈다. 이번 규정에 따라 국민은 자신의 NIK 명의로 등록된 모든 휴대전화 번호를 조회할 권리를 갖게 되며, 자신이 인지하거나 동의하지 않은 번호가 발견될 경우 해당 번호의 차단을 요청할 수 있다.
디지털통신부는 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번호 조회 기능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통해 국민이 자신의 명의로 등록된 모든 번호를 확인하고 오남용이 의심되는 번호에 대해 비활성화를 요청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또한 범죄나 불법행위에 악용된 번호에 대한 신고 메커니즘을 마련해 악용이 입증된 번호는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비활성화하도록 했다.
단계적 시행, 혼선 최소화가 목표 정부는 이 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얼굴 생체인증을 통한 SIM 카드 등록이 선택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2026년 7월 1일부터는 신규 등록에 대해 의무화될 예정이다.
이러한 단계적 시행은 통신사업자와 국민 전반에 충분한 적응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서비스 연속성 확보와 중대한 장애 발생 방지를 위해 설계됐다. 디지털통신부는 사업자와의 협의, 기술 인프라 구축, 이용자 교육 등을 통해 혼선과 서비스 단절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안 강화 기대와 위험성 병존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가 전화번호를 악용하던 사이버 범죄자들의 활동 공간을 축소시킬 수 있는 유의미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생체데이터 활용에 따른 새로운 위험과 윤리적·법적 쟁점이 동반된다고 지적했다.사이버보안 연구기관 CISSReC는 “수년간 NIK와 KK 기반의 SIM 등록은 완전히 효과적이지 못했다.
하나의 신원이 여러 번호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었고, 사기·신원 위장·기타 디지털 범죄에 거래되는 사례가 다수 존재했다”고 분석했다. 이 기관은 얼굴 생체데이터를 도입함으로써 하나의 신원이 실제 개인과 확실히 연결되도록 하는 점에서 실효성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생체데이터의 특성상 유출 시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얼굴 데이터는 다른 인증 정보와 달리 변경이 불가능하므로, 일단 유출되면 피해가 영구화될 수 있다.
한 보안 전문가는 “SIM 번호는 바꿀 수 있고, 전화번호는 비활성화할 수 있으며, 행정 데이터도 일정 절차로 수정이 가능하지만, 얼굴 생체데이터는 바꿀 수 없다. 유출되면 그 위험은 영구적”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엄격한 보안관리, 데이터 암호화, 접근 통제, 내부 감시 체계 강화 등 추가 조치가 필수적이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접근성 문제와 사회적 형평성 우려 생체인증 의무화는 기술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 농어촌·오지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인증을 위해서는 신분증 촬영, 인터넷 접속, 스마트기기 활용 능력 등이 요구되며,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국민은 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받거나 불이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디지털통신부는 보완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오프라인 등록 창구 운영, 지역 단위의 지원 프로그램, 이동식 등록 서비스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접근성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인정보와 법적·윤리적 규범 정비 필요 전문가들은 또한 생체데이터 처리에 관한 법적·윤리적 규범과 감독 메커니즘의 정비를 촉구한다. 생체정보는 민감정보로서 처리·보관·전송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며, 데이터 사용 목적의 명확화, 최소 수집 원칙, 보유기간 제한, 제3자 제공 금지 등 구체적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유출 시 피해 구제 방안과 보상 체계, 데이터 주체의 권리(삭제 요청, 처리 정지 등)를 보장하는 절차도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통신사업자의 역할과 부담 이번 규정은 통신사업자에게도 큰 책임을 부여한다. 사업자들은 얼굴 생체인증을 위한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번호 조회 및 비활성화 기능을 제공하며, 악용 신고에 따른 신속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상당한 비용과 운영상의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중소 통신사나 가맹점 기반의 재판매 사업자는 기술·인력·자금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술적 지원, 표준화된 인증 플랫폼 제공, 비용 분담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 시각과 비교 휴대전화 번호와 신원을 연계하는 시도는 일부 국가에서 이미 진행돼 왔으나, 인도네시아처럼 광범위한 국민을 대상으로 얼굴 생체인증을 의무화하고 번호 보유 한도를 법적으로 설정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유럽연합(EU) 등 일부 지역에서는 생체데이터 수집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며, 데이터 보호 원칙을 강조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디지털 신원체계 구축을 통해 금융포용성 등 긍정적 효과를 추구하는 사례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이번 제도는 보안 강화와 디지털 범죄 억제를 목표로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적 측면에서의 국제적 기준과의 조화 여부가 지속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향후 과제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다각도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는 (1) 생체데이터 보관·처리에 관한 명확한 법제화와 독립적 감독기구 설립, (2) 데이터 암호화·분산 저장 등 기술적 보호장치의 적용, (3)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 보완책과 교육·지원 프로그램, (4) 통신사업자에 대한 기술·재정적 지원 방안, (5) 악용 사례 발생 시 신속한 피해구제와 책임자 처벌 규정 등이 제시됐다.
디지털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휴대전화 번호를 통한 신원확인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사이버 범죄를 억제하고 공적·민간 서비스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생체데이터의 고유한 특성과 이에 수반되는 위험, 사회적 형평성 문제, 법적·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향후 정책의 실효성은 기술적 완성도와 법적 보호장치, 국민의 신뢰 확보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시민사회, 전문가 그룹 간 지속적 대화와 협력이 관건이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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