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도네시아 ‘노동보호법안’ 하원 가결, 외국 진출 기업이 주목해야 할 균형과 리스크

인도네시아 정치권이 노동 환경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나섰다. 현지 언론과 의회 소식에 따르면, 지난 2026년 8월 27일 자카르타 스나얀 의회 단지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도네시아 하원(DPR RI)은 ‘노동보호에 관한 법률안(RUU Pelindungan Ketenagakerjaan)’을 하원 발의 법안으로 채택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23년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의 일자리창출법 위헌 결정(결정번호: 168/PUU-XXI/2023)에 따른 후속 조치이자, 급변하는 노동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전면적인 입법 드라이브의 시작을 의미한다.

총 20장, 262개 조항에 달하는 방대한 초안은 입법위원회(Baleg)와 제9위원회의 치열한 조문화 정합성 검토를 거쳐 일부 조항이 추가·수정되었으며, 오는 2026년 10월 최종 제정을 목표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현지 공장, 물류망, 그리고 최신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입장에서 이번 입법 동향은 단순한 현지 법률 개정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향후 수년간 기업의 경영 전략, 인력 운용 비용, 그리고 노사 리스크 관리의 명운을 가를 중대 고비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법안 추진 배경에서 드러나는 구조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수차례 개정된 ‘노동에 관한 법률(제13/2003호)’을 비롯해 산재해 있던 노동 관련 규정들을 정비하고, 헌법재판소의 지적을 수용한다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이번 법안은 겉으로는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 기치로 내걸고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고용 관계를 넘어, 비공식 부문 근로자와 디지털 플랫폼 근로자까지 보호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는 점이다. 긱 경제(Gig Economy)와 이커머스 물류 등 디지털 기반 산업에서 인도네시아 인력을 활용하는 진출 기업들로서는 새로운 규제 준수 비용과 고용 형태 재편 압박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외국 진출 기업의 관점에서 더욱 심도 있게 바라봐야 할 지점은 노동계와 재계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과연 ‘균형추’가 어디에 맞춰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초 ‘노동법안(RUU Ketenagakerjaan)’으로 논의되던 명칭이 재계와 노동조합의 제안을 수용해 ‘노동보호법안’으로 선회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네시아경영자총협회(Apindo)의 신타 캄다니 회장이 지적했듯, ‘보호’라는 이름 아래 고용 창출과 재계의 투자 유인책이 위축된다면 인도네시아 경제 전체의 성장 동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푸티 사리 하원 제9위원회 부위원장이 “노동 생태계 내 모든 주체의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했다”고 강조했듯, 향후 진행될 세부 심의 과정에서 이 원칙이 실질적인 조문으로 구현되는지가 관건이다. 외국인 투자 기업의 시각에서 이상적인 노동법이란,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여 사회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환경 속에서 기업이 유연하게 인력을 운용하고 신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법적 확실성(Legal Certainty)’을 제공하는 것이다.

만약 이번 법안이 지나치게 경직된 해고 규정이나 과도한 비용 부담을 기업 측에 지우는 방향으로 변질된다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활을 걸고 유치하고자 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발목을 잡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근로자에 대한 보호 규정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이나 위탁 경영을 주로 하는 외국계 물류·IT 기업들에 과도한 사용자 책임을 묻게 될 경우 현지 진출 모델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관련 경제 단체들은 오는 10월 최종 제정 시한까지 남은 기간 동안 수동적인 관망세를 버려야 한다. 주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및 코트라(KOTRA), 한인상공회의소 등과 긴밀히 공조하여 입법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하원 제9위원회와 입법위원회의 심의 단계에서 우리 기업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채널을 가동해야 할 때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의 경제 대국이자 한국 기업의 핵심 글로벌 생산·소비 거점이다. 이번 ‘노동보호법안’ 제정이 근로자의 권익 향상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투자 활성화 및 고용 창출이라는 경제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모범적 입법’으로 귀결되기를 기대한다. 규제는 예측 가능해야 하고, 보호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다가올 10월의 폭풍을 대비해 지금부터 철저한 리스크 분석과 선제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