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에 칼리만탄섬 산불 확산…군병력·헬기 등 투입

개간 목적 방화 관행도 수사…가시거리 급감·주민 호흡 곤란·항공 운항 지연

엘니뇨 현상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속에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서 대형 산불이 계속돼 인접한 말레이시아까지 짙은 연기가 번지자 인도네시아 당국이 대규모 군 병력을 투입하는 등 진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날 보르네오섬을 방문, 화재 지역을 시찰하고 산불 대응 회의를 주재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중요한 점은 발화 지점의 확산을 즉시 막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헬기, 소화 용수 확보를 위한 우물 굴착 장비, 소방차 등을 추가로 공급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국은 군 병력 3개 대대 약 1천500명을 중부칼리만탄주·서칼리만탄주·남칼리만탄주 등 보르네오섬 일대 소화 작업에 추가로 투입하고 헬기 6대를 파견, 공중 살수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기상청(BMKG)은 현재 인도네시아에 강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여 강수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산불 및 산림·토지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강우 등 기상 조절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6.7.29 (Foto: Istimewa)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강력한 엘니뇨 현상에 따른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까지 2천㎢ 이상의 면적이 산불로 불탔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져 기상 패턴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약 2∼7년을 주기로 발생하며 1년간 지속된다.

산불 연기가 보르네오섬 곳곳을 뒤덮어 일부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1∼10m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주민들은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생기고 있다.

짙은 연무로 여러 편의 항공편 운항이 지연됐고 교통사고가 늘어났으며, 운전자들은 대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주행했다.

이에 각 지방 당국은 주민들에게 야외 활동 자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보르네오섬 북부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에서는 대기질이 ‘매우 나쁨’ 또는 ‘나쁨’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난 21일 약 600개 학교가 문을 닫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당국은 농작물을 수확한 뒤 지푸라기·그루터기 등 남은 부산물을 없애거나 화전 방식 농업을 위해 야외에서 불을 지르는 관행에 대해 수사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프라세티요 하디 인도네시아 국가비서실 장관(국무장관)은 보르네오섬 서칼리만탄주의 4개 기업이 화재와 연관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사업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부칼리만탄주 경찰도 지난주 방화·불법 토지 개간 혐의와 관련해 용의자 12명을 구금하는 등 야외 화재 사건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프라세티요 장관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일부 땅을 불태워 개간하는 관행을 허용하는 현지 규정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정부는 굴착기 제공 등을 통해 불을 내지 않고 토지를 개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통상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가뭄이 심해지면서 산불 피해가 커지곤 한다.

앞서 2019년에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연기가 인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물론 태국과 필리핀까지 넘어가 대기질이 크게 악화한 바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당시 산불 피해 면적은 최소 9천420㎢에 달했고 경제적 손실액은 최소 52억 달러(약 7조2천억원)로 추산됐다. (연합뉴스 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