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국제 학회서 인도네시아 학자들 연구 조작·신원 위조 의혹 파문

국제 학술 컨퍼런스 연구 사기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름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Instagram/w.o.d.d)

최근 덴마크에서 열린 권위 있는 국제 의학 학회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연구자들이 연루된 대규모 과학 연구 조작 및 신원 위조 의혹이 불거져 국제 학계와 온라인 공간이 발칵 뒤집혔다. 전 세계 연구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학술 생태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인도네시아 학계의 윤리적 신뢰도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국제 폐렴 및 폐렴구균 질환 학회(ISSPD 2026)’였다. 이 학회는 전 세계 의사, 역학자, 보건 연구자들이 모여 폐렴구균 관련 최신 연구를 공유하는 최고 권위의 학술 포럼이다.

이번 의혹은 옥스퍼드 대학교 임상의학 분야의 인도네시아인 연구원이 지난 5월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학회 현장에서 목격한 부정행위들을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존재하지 않는 ‘혈청형 0’ 박테리아 등장… AI 통한 연구 데이터 조작 의혹

드위 연구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적의 특정 연구 그룹은 이번 학회에 무려 19개의 연구 초록(Abstract)을 제출했다. 한 그룹이 단기간에 이처럼 방대한 양의 초록을 작성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초록 내부에서 결정적인 과학적 오류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오류는 폐렴 연쇄상구균 박테리아 분류에서 나타났다. 드위 연구원은 “제출된 연구 그래프 중 하나에 ‘혈청형 0’이라는 표기가 명시되어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폐렴구균은 다당류 피막 구조에 따라 107개의 혈청형으로 분류되어 백신 개발의 기초가 되는데, 과학계에 ‘혈청형 0’이란 분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이 제출한 연구들은 페루 안데스, 에티오피아 고원, 과테말라, 레바논, 네팔 등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대규모 데이터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연구들이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윤리적 승인이나 현지 연구자와의 협력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드위 연구원은 “실제 연구 과정 없이 인공지능(AI) 생성 콘텐츠를 사용해 가짜 텍스트와 데이터를 급조한 것으로 강력히 의심된다”며, “특히 이들이 발표한 대규모 백신 관련 연구 결과들이 허위일 가능성이 높아 보고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히잡 바꿔 쓰며 1인 3역… 충격적인 신원 위조 현장

학회장 현장에서는 데이터 조작을 넘어 참가자의 신원을 조직적으로 위조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드위 연구원은 학회 둘째 날 포스터 발표 세션에서 한 여성이 ‘디마스 파자르 프라세티오’라는 남성 연구원의 이름표를 달고 발표를 준비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여성은 발표 직전 본래 착용하고 있던 ‘리아나 드위 쿠르니아와티’ 이름표를 가방에 넣고 디마스의 이름표로 교체했다.

불과 10분 간격으로 진행된 다른 세션에서 발표하기 위해 검은색 히잡 위에 붉은색 히잡을 겹쳐 쓰거나 벗는 방식으로 외모를 바꾸며 ‘리아나’와 ‘디마스’의 역할을 번갈아 수행했다.

발표 세션이 끝난 후 드위 연구원이 해당 폐렴구균 접합 백신(PCV) 연구 내용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프리한티니는 본인들이 작성했다는 초록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계속된 추궁 끝에 그녀는 자신이 디마스나 리아나가 아님을 시인했다.

해외 학회 지원금 노린 ‘체리 피커’ 의혹… 학계 구조적 허점 드러나

학계에서는 프리한티니와 그 동료들이 실제 연구를 수행하지 않고, 학회 참석을 위한 ‘해외 여행 경비 지원금(Travel Grants)’을 수령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ISPPD 학회에는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 등이 후원하고 학회 기획사인 케네스 그룹(Kenes Group)이 관리하는 총 174개의 지원금이 배정되어 있었다. 지원금은 1인당 등록비 715유로를 비롯해 항공료, 일일 최대 200유로에 달하는 5일간의 숙박비 등을 포함해 약 2,500유로(한화 약 370만 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를 인지한 ISPPD 2026 조직위원회는 의혹이 보고된 지 이틀 만인 5월 21일, 프리한티니 그룹에 대한 여행 경비 지원금 지급을 취소 처분했다. 그러나 위원회 측은 해당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다.

조사 결과, 이들은 이번 학회뿐만 아니라 호주 애들레이드(2025년 국제 자원 지속가능성 컨퍼런스), 일본 교토 및 도쿄(아시아태평양 간학회) 등 다른 국제 학회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참가해 지원금을 타낸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국가 학술 생태계 전체의 신뢰도를 뒤흔드는 대형 악재로 부상했다. 인도네시아 학계의 내부 관계자들은 “과학 데이터 조작과 신원 위조는 학계에서 용납될 수 없는 최악의 윤리 위반 행위”라며, “이번 스캔들로 인해 성실하게 연구하는 대다수 인도네시아 학자들의 국제적 신뢰도가 동반 하락하고 향후 국제 공동 연구나 학술지 게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 기자/ Fajar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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