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참사 희생자 전원 여성 전용 객차… 철도 안전 인프라에 4조 루피아 투입

4월 27일 밤, 브카시 인근에서 통근열차KRL와 여객열차, 그리고 전기 택시가 연쇄 추돌 사고

– 브카시 열차 추돌 사고 부상자 위문 및 철도 건널목 전면 점검 지시

– 자바섬 내 1,800여 개 노후 건널목 개선 및 육교 건설에 속도

– 희생자 전원 여성… 여성가족부 장관 “여성 전용 객차, 열차 중간으로 배치해야”

최근 발생한 브카시(Bekasi) 열차 추돌 사고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가 철도 안전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브카시 공립병원(RSUD Bekasi)을 직접 방문해 깊은 애도를 표명하며, 철도 인프라 개선을 위해 대규모 국가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와 동시에, 이번 사고의 희생자 전원이 여성으로 밝혀지면서 열차 내 ‘여성 전용 객차’의 위치 규정을 둘러싼 구조적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식민지 시대부터 방치된 철도 건널목, 이제는 해결할 때”

프라보워 대통령은 병원 위문 직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정부 차원의 열차 건널목 실태 전면 점검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특히 브카시와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 안전 장비나 관리 인력이 없는 무인 건널목이 다수 방치되어 있다는 점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열차 건널목 중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 너무나 많다. 인구 밀도가 높은 브카시시 당국이 지속적으로 육교(플라이오버) 건설을 요청해 온 만큼, 그 수요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대통령 특별 지원을 통해 즉각적인 육교 건설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브카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프라보워 대통령에 따르면 자바섬 전역에 걸쳐 심각한 안전 대책이 요구되는 유사한 건널목이 약 1,800개에 달한다. 대통령은 “이들 중 상당수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부터 존재해 온 것들로,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되어 왔다”며 “이제는 이 오래된 과제들을 모두 해결해야 할 시점이다. 모든 노후 건널목을 즉각 개선하도록 지시할 것이며, 현장 상황에 따라 감시초소를 설치할지 육교를 건설할지 신속히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중교통의 근본적인 안전성 향상과 국가 철도 인프라의 전면적인 강화를 위해 약 4조 루피아(IDR) 규모의 대규모 예산을 편성 및 투입할 계획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4조 루피아를 투입한다. 철도는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대동맥이다. 수십 년간 곪아온 문제를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현장에 동행한 프라세티요 하디 국가비서 장관은 정부 조사 기관에 이번 추돌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전했다.

■ 희생자 전원 여성, ‘여성 전용 객차’ 위치 재조정 요구 거세져

이번 참사 이후, 철도 인프라 확충 못지않게 KRL(통근열차)의 열차 편성 방식, 특히 ‘여성 전용 객차’의 위치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고 당시 KA 아르고 브로모(Argo Bromo) 열차는 브카시 티무르역에 정차 중이던 KRL 열차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인한 희생자는 전원 여성이었다. KRL의 열차 편성 구조상 여성 전용 객차가 열차의 가장 앞과 뒤인 양 끝단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아리파 파우지 여성가족부 장관은 KRL 여성 전용 객차를 열차의 양 끝이 아닌 ‘편성 중간’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공식 제안했다. 아리파 장관은 운영사인 KAI 측에 여성 전용 객차를 앞뒤에 배치한 사유를 물었으며, KAI 측으로부터 “승객 혼잡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관은 이러한 배치 방식이 치명적인 사고 발생 시 특정 성별에 피해를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리파 장관은 지난 28일 현지 매체 Detik.com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비극적인 사고를 계기로 열차 편성 시스템에 분명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남성을 포함한 일반 승객용 객차를 열차의 양 끝단에 배치하고, 여성 전용 객차를 안전한 가운데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여성 전용 객차, 왜 양 끝에 있었나?

현재 열차 내 여성 전용 객차의 위치를 맨 앞이나 뒤로 강제하는 명시적인 법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전적으로 열차 운영사인 KAI 커뮤터(KAI Commuter)의 자체적인 운영 방침에 따른 결정이다. 다만, 운영사 측은 현재까지 언론이나 대중을 상대로 해당 위치 선정의 명확한 안전상 이유나 근거를 상세히 설명한 바가 없다.

인도네시아에서 여성 전용 객차 시스템은 2010년 처음 도입되었다. 대중교통을 비롯한 혼잡한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표적으로 한 성희롱 및 성추행 범죄가 빈발하자, 이를 억제하고 여성 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적극적 우대 조치(affirmative action)’로 시행된 것이다. 이 제도는 범죄 위험으로부터 여성을 물리적으로 분리하여 안전한 이동권을 보장하려는 정부와 운영사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자리 잡아 왔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대학교(UI)의 데비 라마와티 사회학 연구자는 “대중교통 내에 여성 전용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은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왜곡된 성인식이 여전히 잔존하는 현실 속에서, 단기간에 남성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매우 적절하고 현실적인 개입 방안”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번 브카시 열차 추돌 사고는 인도네시아 철도 인프라의 오랜 후진성을 폭로함과 동시에, 여성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에서 또 다른 취약점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프라보워 정부의 4조 루피아 투입과 인프라 개혁이 하드웨어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한편, 객차 재배치 등 소프트웨어적인 안전 규정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국가 철도 안전망 확립으로 이어질지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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