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카시 티무르역 3중 추돌 열차 참사로 최소 14명 사망… “신호 무시·건널목 관리 부실이 부른 예견된 인재(人災)”

통근열차와 장거리 열차, 전기 택시 얽힌 연쇄 충돌… 자카르타-찌까랑 구간 운행 전면 중단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부상자 병원 위문 및 철저한 진상 규명 지시

교통 전문가 “2010년 쁘말랑 참사와 판박이… 기관사 인적 오류 및 시스템적 결함 유력”

지난 월요일(4월 27일) 밤, 자카르타 근교 브카시 티무르역 인근에서 통근열차(KRL)와 장거리 여객열차, 그리고 전기 택시가 얽힌 대형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해 인도네시아 전역이 큰 충격에 빠졌다.

서부인도네시아시간(WIB) 기준 27일 오후 8시 50분경, 브카시 티무르역 2번 승강장에 정차해 있던 KRL TM 5568A(PLB 5568a) 열차의 후미를 감비르에서 출발해 수라바야 파사르 투리로 향하던 아르고 브로모 앙그렉 4호 열차가 맹렬한 속도로 들이받았다. 이 끔찍한 추돌 사고로 인해 현재까지 최소 14명의 승객이 목숨을 잃었으며, 수십 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 이번 사고의 여파로 자카르타에서 찌까랑에 이르는 광역 열차 운행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 “눈 깜짝할 새 벌어진 참극”… 아비규환의 사고 현장

사고 생존자들의 증언은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AFP 통신과 인터뷰를 진행한 생존자 사우산 사리파 씨는 “사고는 정말 순식간에 일어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굉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이 덮쳤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 몸이 다른 승객들과 처참하게 뒤엉켜 있었다”며 끔찍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아르고 브로모 앙그렉 4호 열차가 덮칠 당시, 그녀는 정차해 있던 KRL 열차의 후미 객차 중 한 곳에 탑승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졌다. BBC 뉴스 인도네시아의 보도에 따르면, 희생자 중 한 명인 누르야티 씨는 국가수색구조청(Basarnas) 구조팀에 의해 구출되었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유가족은 “여성 전용 KRL 객차에 탑승하고 있었는데, 사고 직후 아이와 다른 가족들은 창문을 깨고 간신히 탈출했지만, 어머니는 무너져 내린 잔해에 심하게 깔려 빠져나오지 못하셨다”며 오열했다. 자카르타 중부 끄마요란에 위치한 희생자들의 빈소와 골목에는 늦은 밤까지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희생자들을 장지로 운구하기 위한 구급차들이 줄지어 대기하는 등 비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 멈춰 선 택시, 들이받은 열차… 도미노처럼 이어진 비극의 재구성

초기 조사 결과, 이번 대형 참사의 시작은 사고 현장 인근인 불락 카팔의 평면 교차로(JPL 85)에서 발생한 사소한 충돌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KAI(인도네시아 철도공사) 자카르타 제1지역본부(Daop 1)의 프라노토 위보워 홍보 매니저는 “JPL 85 교차로 선로 위에서 고장으로 멈춰 선 그린 SM 인도네시아 소속 전기 택시를 KRL 열차가 들이받는 1차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해당 KRL이 선로에 정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그 이후에 발생했다. 1차 사고로 멈춰 서 있던 KRL을, 같은 선로를 뒤따라 달리던 장거리 여객열차 아르고 브로모 앙그렉이 그대로 후방에서 추돌한 것이다.

PT KAI의 보비 라시딘 이사는 이번 1차 택시 충돌 사고가 “브카시 티무르역 구내 지역의 철도 신호 및 통제 시스템에 다소 차질을 빚게 한 원인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PT KAI 측은 “이번 참사에 대해 깊은 애도와 사과의 뜻을 표한다”고 밝히며, 모든 사고 조사 권한을 국가교통안전위원회(KNKT)에 일임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1차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택시 운수업체 ‘그린 SM 인도네시아’ 측은 공식 SNS를 통해 해당 녹색 택시가 자사 소유의 차량임을 즉각 인정했다. 사측은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으며, 진행 중인 모든 조사 과정을 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의 기민한 대응과 KNKT의 본격적인 원인 규명 착수

대형 참사 소식에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화요일(4월 28일) 이른 오전, 부상자들이 다수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브카시 지역 병원(RSUD Bekasi)을 직접 방문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규명하고,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고가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 철도망 안전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국가교통안전위원회(KNKT)는 즉각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KNKT 홍보팀은 “사고 당일 밤부터 3명의 전문 조사관을 현장에 급파해 증거 보전 및 초기 조사를 진행 중이며, 열차의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운행 기록 장치를 회수해 정밀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교통 전문가들 “인적 오류와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

이번 사건을 두고 단순한 우연이 겹친 사고가 아니라, 고질적인 시스템 결함과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교통학회(MTI)는 이번 사고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MTI 철도포럼의 데디 헤를람방 의장은 서면 성명을 통해 “단시간 내에 도미노 효과처럼 세 대의 차량(택시, KRL, 장거리 열차)이 연쇄적으로 얽힌 사고가 발생한 것은 국가 철도 안전 시스템의 민낯을 보여주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고가 지난 2010년 10월 2일 쁘말랑 쁘타루깐 역에서 발생해 35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열차 추돌 사고와 소름 돋도록 유사한 패턴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0년 사고 당시에도 아르고 브로모 앙그렉 열차가 앞서가던 슨자 우따마 스마랑 열차의 후미를 들이받아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조사 결과, 기관사가 정지 신호(적색등)를 보지 못하고 주행한 ‘인적 과실’이 주원인으로 밝혀진 바 있다.

데디 의장은 “자띠느가라-찌까랑 열차 노선은 ‘개방형 폐색(open block)’ 신호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즉, 앞서가는 열차가 선로에 정차하면 뒤쪽의 신호가 자동으로 적색(정지)으로 바뀐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따라서 뒤에 오는 열차는 반드시 정차해야 마땅하나, 이번 브카시 티무르 사고 역시 아르고 브로모 앙그렉 열차의 기관사가 적색 정지 신호를 인식하지 못했거나 무시했을(인적 오류)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MTI는 이번 대형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두 가지 중대한 안전 공백을 지목했다. 첫째는 차단기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평면 건널목(JPL 85)의 허술한 관리와 그 위에서 고장으로 멈춰 선 전기차량의 통제 실패이며, 둘째는 기관사가 정지 신호를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치명적인 후방 추돌 사고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철도 인프라의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MTI는 노후화된 기술적 장비의 즉각적인 교체, 단거리 통근열차와 장거리 고속열차의 전용 선로 분리, 신호 시스템의 전면 현대화, 철도 기관사 등 근로자의 근무 및 휴식 시간 규정 강화, 반복적인 신호 점검 크로스체크 시스템 도입을 촉구했다. 또한, 차단기 없는 철도 건널목에 대한 철저한 안전 관리 절차 마련과 선로 위 고장 차량 발생 시 적용할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표준작업절차(SOP) 수립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력히 제언했다.

사소한 고장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로 이어진 지금, 철저한 진상 규명과 뼈를 깎는 쇄신만이 제2, 제3의 브카시 티무르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 한인포스트 멤버쉽 파트너가 되시면매일 1)분야별 인도네시아 브리핑 자료 2)한인포스트 eBOOK 신문을 eMail로 보내드립니다. 또한 3)한인포스트닷컴 온라인 id 제공(모든기사 열람) 4) 무료광고 5) 한국건강검진 등 다수 업체에서 각종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독신청  https://haninpost.com/archives/102486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