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25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는 국가의 지적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교사들의 노고를 기리는 ‘국가 스승의 날(Hari Guru Nasional, HGN)’ 기념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10월 5일에 기념하는 ‘세계 교사의 날(World Teachers’ Day)’과 혼동하곤 한다. 두 기념일 모두 교직의 숭고함을 되새기는 날이지만, 그 배경과 의미는 분명히 다르다.
인도네시아의 국가 스승의 날은 1994년 대통령령 제78호에 따라 공식 제정되었다. 11월 25일로 지정된 이유는 인도네시아 독립 직후인 1945년 같은 날 ‘인도네시아 교원 공화국 연합(Persatuan Guru Republik Indonesia, PGRI)’이 창립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직업 단체의 출범을 넘어, 식민 통치와 전쟁의 상흔 속에서 교육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세우고자 했던 교사들의 투쟁 정신을 상징한다.
PGRI의 뿌리는 1912년 네덜란드 식민 시절에 결성된 ‘원주민 교사 연합(Persatuan Guru Hindia Belanda, PGHB)’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여러 교원 단체가 민족주의적 열망을 바탕으로 1932년 ‘인도네시아 교원 연합(Persatuan Guru Indonesia, PGI)’으로 통합되었으나, 일제 강점기에 모든 활동이 금지되는 시련을 겪었다.
독립 선언 후인 1945년 11월, 수라카르타에서 열린 교원 총회를 통해 여러 단체가 마침내 단일 조직인 PGRI로 통합되었다.
이 총회에서 ▲인도네시아 공화국 수호 ▲국민 주권 기반 교육 향상 ▲교사를 포함한 노동자의 권익 보호라는 세 가지 목표가 선언되었다. 이는 PGRI가 단순한 교육 단체를 넘어 국가 정체성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핵심 주체임을 천명한 사건이었다.
반면, 매년 10월 5일에 기념하는 세계 교사의 날은 유네스코(UNESCO)가 1994년 제정한 국제 기념일이다.
이 날은 1966년 채택된 ‘교사의 지위에 관한 ILO/유네스코 공동 권고안’을 기념하며, 전 세계 교사들의 권익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촉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주요 차이를 살펴보면, 국가 스승의 날(HGN)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제정하여 PGRI 창립을 기념하고 자국의 교육 발전에 초점을 두는 반면, 세계 교사의 날은 유네스코와 국제교육연맹(EI)이 주도하여 교사의 권리와 노동 기준 등 글로벌 교육 의제를 다룬다. 즉, HGN은 인도네시아의 역사적·국가적 맥락에 깊이 뿌리내린 반면, 세계 교사의 날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 협력을 강조한다.
올해 인도네시아 교육문화연구기술부는 ‘위대한 교사, 강한 인도네시아(Guru Hebat, Indonesia Kuat)’를 2025년 국가 스승의 날 공식 주제로 선정했다.
이는 국가 교육 혁신에서 교사의 핵심적 역할을 강조하는 메시지다. 또한 ‘#TerimaKasihGuruku(선생님 감사합니다)’ 캠페인, 교육 웨비나, 우수 교원 시상식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교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감사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공개된 로고는 ▲교사의 헌신을 상징하는 황금색 하트 ▲학생을 이끄는 교사의 형상 ▲지식의 기반인 펼쳐진 책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 등을 담아 ‘황금 인도네시아 2045’ 비전을 향한 교육의 중요성을 표현했다.
인도네시아의 국가 스승의 날과 세계 교사의 날은 제정 주체와 초점은 다르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의 헌신을 기린다는 공통된 목표를 지닌다.
특히 11월 25일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식민 지배에 맞서며 나라의 기틀을 세운 선배 교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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