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소비 지형 격변, “쇼핑몰은 구경만…지갑은 온라인·재래시장에서”

여론조사기관 '끄다이코피(Kedai Kopi)'가 최근 발표한 '중산층 소비 패턴 변화' 보고서. 2025.11.11

디지털 전환과 실용주의 확산 속 중산층 소비 패턴 급변…가격과 편의성이 핵심 가치로 부상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중산층의 소비 지형이 디지털화의 가속화와 가치 소비 트렌드 확산 속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 소비와 여가 활동의 중심지였던 대형 쇼핑몰은 점차 구경과 휴식의 공간으로 전락하는 반면,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을 앞세운 재래시장과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실질적인 구매 채널로 확고히 자리 잡는 모양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끄다이코피(Kedai Kopi)’가 최근 발표한 ‘중산층 소비 패턴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산층의 소비 행태가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에서 가격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방식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인도네시아 전역의 중산층 응답자 932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 ‘북적이는 재래시장·활발한 온라인 쇼핑’…일상 속 필수 채널로 자리매김

조사 결과는 새로운 소비 권력의 이동을 명확히 보여준다. 응답자의 43%는 ‘한 달에 4회 이상 재래시장을 방문한다’고 답했다.

이는 ‘전자상거래 애플리케이션을 한 달에 4회 이상 이용한다’는 응답 비율(42.4%)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두 채널의 높은 이용 빈도는 인도네시아 중산층이 일상적인 소비 활동에서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재래시장은 현대적인 유통 채널의 공세 속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신선한 식료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인과 직접 가격을 흥정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정찰제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식 소매점과 차별화되는 재래시장 고유의 강점이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역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졌다. 공격적인 할인 쿠폰과 프로모션,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압도적인 편의성은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사에서 전자상거래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4.4%에 불과해, 온라인 쇼핑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소비 습관으로 정착했음을 시사했다.

◆ ‘한산해진 쇼핑몰’…소비 공간에서 여가 공간으로 위상 변화

반면, 화려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편의시설을 자랑하며 중산층의 ‘쇼핑 메카’로 군림했던 쇼핑몰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조사 대상자의 과반이 넘는 51.1%는 쇼핑몰을 ‘한 달에 한 번 방문한다’고 답해, 방문 빈도가 현저히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한 달에 4회 이상’ 쇼핑몰을 찾는다는 적극적인 소비층은 4.4%에 불과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쇼핑 공간이 제공하는 분위기나 부가적인 경험보다는 상품 자체의 가격과 실용성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쇼핑몰은 상품을 구매하는 장소라기보다는 가족,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식사를 하는 ‘아이쇼핑(window shopping)’과 여가의 공간으로 그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 ‘가격’과 ‘실용성’이 가른 희비…유통 시장 경쟁 패러다임 전환 예고

끄다이코피 측은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의 핵심 동인으로 ‘가격’과 ‘실용성’을 꼽았다.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의 효용을 얻으려는 합리적 소비 심리가 확산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재래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끄다이코피 관계자는 “재래시장과 전자상거래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응답자 비율이 각각 8%와 4.4%로 극히 낮게 나타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두 채널이 인도네시아 중산층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구매 통로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인도네시아 유통 시장의 경쟁 구도가 브랜드 파워나 오프라인 매장의 화려함이 아닌, 얼마나 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를 중심으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전망했다.

이번 변화가 인도네시아 유통 산업 전반의 전략 수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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