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84만 대졸자 실업난… 상공회의소, “교육 혁신으로 산업계 요구 맞춰야”

국립인도네시아대학교 Universitas Indonesia 홈페이지 캡쳐

이 콘텐츠는 구독자 전용입니다.

이 콘텐츠를 열람하려면 구독해 주세요. 구독신청만 하셔도 결제없이 24시간 열람이 가능합니다.
이미 구독 중이면 로그인하세요 Login

Kadin, “교육-산업계 간 역량 격차 심각… 노동 생산성 OECD 1/3 수준”
정부, “연구 중심 대학 육성, 기업-학계 협력 강화로 돌파구 모색”

[자카르타= 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에서 84만 명이 넘는 대졸자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대두되면서, 경제계가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계와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상 간의 괴리가 커지면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Kamar Dagang dan Industri, Kadin)는 지난 9월 24일 자카르타에서 “세계적 수준의 인도네시아 교육을 향하여: 초등 및 중등 교육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주제로 포커스 그룹 토론(FGD)을 개최하고, 산업 현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개혁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 심각한 ‘역량 격차’… 84만 대졸 실업의 현실

이날 토론회에서 신타 위자자 캄다니(Shinta Widjaja Kamdani)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인적자원 담당 부회장은 통계청(BPS) 자료를 인용, 2023년 기준 전문학사 및 학사 학위 소지자 중 84만 2천여 명이 미취업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신타 부회장은 이 현상이 교육 시스템이 배출하는 인력과 노동 시장의 실제 요구 사이에 심각한 ‘역량 격차(competency gap)’가 존재함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졸업생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의 질이 문제”라며 “교육과 산업 현장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질적 불일치는 국가 전체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노동 생산성은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뒤처지는 실정이다.

신타 부회장은 “풍부한 노동력이라는 양적 이점과 더불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질적 수준과 생산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외국 커리큘럼이 답 아니다”… 교육의 본질 강조

신타 부회장은 ‘세계적 수준의 교육 = 해외 커리큘럼 도입’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역량, 시대와 산업에 맞는 커리큘럼의 관련성,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 커리큘럼이 무조건적인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무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졸업생을 양성하는 데 있어 커리큘럼이 얼마나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 그리고 이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얼마나 뛰어난 역량을 갖추었는지에 달려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른 위기감도 제기됐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 Institute)의 연구를 인용하며, 노동력이 새로운 기술로 무장하지 못할 경우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의 일자리 중 최대 2,300만 개가 자동화로 대체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신타 부회장은 “교육은 더 이상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며, 기업, 학계,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의 과제”라고 협력을 촉구했다.

■ 정부, “연구 중심 대학 육성, 기업-학계 연계 강화”

이러한 산업계의 요구에 정부도 화답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스텔라 크리스티(Stella Christie) 인도네시아 고등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정부가 대학들의 ‘연구 중심 대학(research university)’으로의 전환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텔라 차관은 혁신적인 연구를 통해 연간 최대 3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를 성공 사례로 언급하며, “고등 교육과 경제 성장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주체는 바로 연구 중심 대학”이라며, “인도네시아 대학들이 단순한 지식 전달 기관을 넘어 국가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인도네시아 전역의 대학별 우수 연구 분야를 파악하는 지도를 완성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연구자와 직접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 “커리큘럼 교체보다 ‘교수법’ 혁신이 먼저”

한편, 교육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파자르 리자 울 하크(Fajar Riza Ul Haq) 초등·중등교육부 차관은 교육 혁신이 반드시 ‘커리큘럼 변경’의 형태로만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자르 차관은 “‘장관이 바뀌면 커리큘럼도 바뀐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교사들이 커리큘럼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그 교수법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1세기 핵심 역량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전달하느냐가 아니라, 그 지식을 왜,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관한 것”이라며 교육 방식의 질적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올바른 사고방식과 학습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며, “커리큘럼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를 실행하는 핵심 동력인 교사가 가르치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는 인도네시아가 직면한 청년 실업 문제와 저생산성이라는 이중고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계와 산업계, 그리고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 인도네시아 BCA 0657099868 CHONG SUN * 한국 계좌번호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