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노동시장, 매년 1,070만 명 구직 전쟁

인도네시아 노동 시장이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구직자들이 몰리는 심각한 ‘일자리 전쟁’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졸업생, 기존 실업자, 그리고 해고자를 포함한 수치로,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국가적 핵심 의제로 삼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매년 1,070만 명 일자리 필요…노동시장 진입 ‘산 넘어 산’

인도네시아 노동부(Kementerian Ketenagakerjaan, Kemnaker)는 매년 약 1,070만 명의 국민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신규 졸업생,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는 실업자, 그리고 사직하거나 해고(PHK)된 근로자를 모두 아우르는 놀라운 규모다.

노동부 산하 노동시장센터(Pusat Pasar Kerja)의 수르야 루키타 와르만(Surya Lukita Warman) 센터장은 지난 9월 26일 금요일, 자카르타 남부에 위치한 노동시장센터 건물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노동력 증가율은 상당히 높다”며 “매년 직업전문고등학교(SMK), 고등학교(SMA), 대학교 등에서 약 350만 명의 신규 졸업생이 노동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고 설명했다.

와르만 센터장은 “신규 노동력으로 진입하는 350만 명과 이미 실업 상태인 720만 명을 합산하면 1,07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셈”이라며 “이 때문에 고용 기회 창출 문제는 현재 가장 시급한 국가적 이슈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2025년 2월 기준 개방실업률이 4.76%로 개혁 시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긍정적 지표 이면에 가려진 노동 시장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

‘역량 불일치’와 ‘저학력 구조’…질적 문제도 심각

인도네시아 노동 시장의 문제는 단순히 구직자 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와르만 센터장은 양적 문제 외에도 복합적인 질적 도전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문제로는 ▲학력은 충족하지만 실무 능력이나 소프트 스킬이 부족한 ‘역량 불일치(skill mismatch)’ 현상 ▲전체 노동력 중 중학교 졸업 이하 저학력자 비중이 여전히 높은 ‘노동력의 질적 저하’ ▲디지털화,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발전이 요구하는 역량과 기존 노동력 간의 격차 ▲글로벌 경제 변동성과 녹색 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 등이 꼽혔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고용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총 44,333명의 근로자가 해고되었으며, 특히 8월 한 달간 서부 자바(Jawa Barat)주에서만 261명이 일자리를 잃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해고자를 기록했다.

정부, 디지털 고용 플랫폼으로 돌파구 모색…’구인 공고 의무 신고제’ 시행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고용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구인 공고 의무 신고(Wajib Lapor Lowongan Pekerjaan, WLLP)’에 관한 2023년 대통령령 제57호를 발효하고, 모든 고용주가 의무적으로 구인 정보를 정부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했다.

와르만 센터장은 “모든 고용주는 정부가 구축한 정보 시스템인 ‘커리어허브(KarirHub)’ 채널을 통해 노동부에 구인 공고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노동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투명한 채용 정보를 모든 구직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구직, 직업훈련, 경력개발 등 고용 관련 모든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슈퍼앱 ‘시압커르자(SiapKerja)’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시압커르자 앱을 통해 구인·구직 매칭부터 각종 행정 절차까지 모든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고용 서비스 혁신 의지를 피력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매년 쏟아지는 1,000만 구직자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인도네시아 노동 시장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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