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가안보 위협하는 화웨이 계열사…미국기업 베트남 투자 저해할 것”
“미 행정부, ‘베트남 해저케이블 장애는 파괴행위 때문’ 정보도 제공”
베트남이 추진 중인 해저케이블 신규 설치 계획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베트남에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의 계열사로 의심되는 해저케이블 기업 등과 거래하지 않도록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미국 행정부와 기업들이 베트남 등 외국 정부 관리·기업 경영진과 베트남의 해저케이블 전략을 놓고 최소 6차례 회의를 했다고 관계자 7명이 전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이는 아주 강력한 로비 작업이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회의의 목적은 베트남이 중국 해저케이블 기업 HMN테크놀로지 등 중국 기업들과 거래하는 것은 ‘나쁜 선택’임을 설득하는 것이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미국 측은 베트남이 HMN처럼 경험이 부족하고 핵심 부품에 접근이 제한된 기업을 선택하면 미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미국 측)은 명확히 HMN을 찍어내서 말했다”고 한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HMN은 미국 서브컴·일본 NEC·프랑스 알카텔과 함께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나머지 3대 업체에 비하면 수십 년 뒤늦은 2008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여왔다. 베트남 정부와 국영기업들은 지금까지 해저케이블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에 열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베트남 관리는 HMN 측이 제안한 해저케이블 건설 계획이 비용이 더 적었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는 HMN이 화웨이 계열사로서 화웨이처럼 미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보고 있지만, 화웨이와 HMN은 양사가 서로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해저케이블은 미중 간 기술 전쟁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서 미국은 중국 기업의 해저케이블이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는 다른 해저케이블 사업에서 HMN을 배제하는 로비에 성공한 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행정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컨설팅 기업인 미국 AP텔레콤과 다년간 계약을 맺고 이 업체를 통해 중국의 외국 해저케이블 등 투자를 억제하는 ‘클린 네트워크’ 전략을 추진해왔다고 해저케이블 업계 관계자가 전했다.
AP텔레콤은 미국과 베트남 간 회의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관리들은 또 베트남 관리들과 최소한 두 차례 회의를 갖고 최근 베트남이 겪은 해저케이블 장애가 누군가의 파괴 행위 때문임을 시사하는 위성 사진 등 정보를 공유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다만 베트남 정보기술부는 해저케이블 장애가 파괴행위 때문인지, 누가 저질렀는지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소식통 3명이 전했다.
베트남은 외국과의 통신 대부분을 5개 해저케이블에 의존하는데, 이들 케이블은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일제히 작동 중단 등 장애를 경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해저케이블 10개 회선을 신규 설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FPT는 지난해 HMN이 설치한 국제 해저케이블 망과 베트남을 잇는 해저케이블 신규 설치에 투자할 의향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에는 베트남 국영 통신기업 비엣텔과 싱가포르 통신기업 싱텔이 베트남 남부와 싱가포르를 잇는 해저케이블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이 케이블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를 대부분 벗어나 설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