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시대와 인도네시아

글. 김훈 회장/ 한인바이오에너지협의회

화석연료가 출현하기 전, 인류는 오랜 기간 순수 바이오 시대를 누리고 살아왔다. 아마 그 생존경험의 DNA가 현세 인류로 하여금 화석연료 상용의 폐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바이오’라는 패러다임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 아닐까. 기존의 화석 연료 기반 산업은 이제 바이오 물질 기반 산업으로 변화해가고 있으며 이미 2012년 맥킨지 보고서에서 2005년 200억 달러 수준이었던 바이오 화학 산업의 규모가 2025년 5000억 달러로 25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 바 있다.

 그렇다면 석유 시대의 Crude Oil을 대체해 나갈 바이오 시대의 원료는 과연 무엇일까?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원료들이 얼마든지 에너지 원료가 될 수 있다, 이미 브라질에서는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 에탄올을,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는 팜유로 바이오 디젤을 각각 국가의 성장동력 최우선 순위 정책과제로 선정하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모든 산업의 기반재료가 되는 바이오 매스로부터 당을 추출하여 바이오 슈가(가칭)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한국화학 연구원 주도로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땅 속에서 유한한 자원을 캐내던 공급체계로부터 땅 위에서 자원을 조성하여 보속 생산이 가능한 자원 공급체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오 시대란 유한자원의 시대에서 무한자원시대로의 변화과정과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모든 시도를 포함한 신 재생에너지 시대이다. 이제 더 이상은 이산화탄소를 마음껏 배출하던 시대가 아닌 것이다. 각 국가가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며 서로 감시하고 감축기술 개발에 온 인류가 힘을 합치자는 취지로 세계 각국 정상들이 제 21차 기후변화회의(COP21, 프랑스 파리)에서 신 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하였다.

한국은 특히 많은 기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7%의 야심 찬 감축목표를 제시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액션플랜이 가시적으로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인도네시아가 탄소시장에서 보여줄 잠재적인 역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산림연구센터(CIFOR-Center for International Forestry Research)의 자료에 의하면 매년 인도네시아 이탄지의 훼손으로 인해 발생되는 탄소량이 9억 톤에 달하고 (한국 연간 탄소 배출량의 1.5배), 특히 지난 9월 칼리만탄과 보르네오 이탄지의 산불발생으로 배출된 탄소량이 하루 1,500만 톤으로 미국의 일일배출량(1,400만 톤)을 넘었으며 이는 인도네시아가 중국을 제치고 올해 세계최대 탄소배출국으로서 탄소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음을 방증한다.

최근 한국 산림청 사업단이 인도네시아 최대의 수마트라 이탄지에서 수행한 프로젝트는 파리협정 채택 직후 매우 시의적절 하게 감축방법론 및 자발적 탄소시장 등록 등의 결과물들을 도출함으로써 인도네시아의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등 화석 연료 기반의 산업국가에서 배출권 거래를 통한 탄소 배출 감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되어 일거양득의 쾌거가 될 것으로 양국 전문가들이 지난 12월 중순 자카르타에 모여 협의한 바 있다.

한편 한국은 바이오 매스의 조성측면에서 이미 성공한 조림국가로 자리매김하여 탄소시장에서도 주목을 받는 국가가 되었으나, 정작 조림해야 할 땅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남북한을 합친 면적의 약 10배의 땅을 가지고 있으며, 생산성 면에서도 약 10배의 MAI(연간 헥터 당 평균 생장량) 실적을 보이는 국가이다. 그간 양국정상의 산림분야 양해각서 체결 등 오래 전부터 한국이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였으나 이질적인 문화의 차이 등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개인과 기업이 실패한 사례가 빈번하였다.

한국은 정부차원에서 이미 부처별 협력 센터 등을 운용하고는 있으나 전체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를 대통령 직속으로 운용하여 효율을 극대화 시키는 방안도 고려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인니 간 자원분야의 협력증진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한국의 정교한 바이오 관련 기술과 인도네시아의 방대한 바이오 매스 자원이 결합하여 5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선도해 갈 수 있는 한국의 기업이 하루빨리 정착하여 2025년경에는 훤칠하고도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을 확신하며 2016년을 바라본다.

병신년 원숭이 해에는 한국의 창조적이고도 핵심적인 기술들이 여의봉을 휘둘러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바이오 시대의 씨앗을 뿌리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