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름세에 한도 증액으로 대응…외환보유액 일시 감소는 불가피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 초반 1,390원대로 올라서며 두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은 지난달 중순께 1,350원대를 단기 저점으로 점차 반등해 1,400원 선 돌파를 목전에 뒀다.
지난 4월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충돌이라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환율이 급등했다면 이번에는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분위기가 환율 상승세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간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3월에 이어 한 번 더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영국이 8월께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르면 9월께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미국 경제의 탄탄한 성장세가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흐름이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이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원화 약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틀 뒤 기자들에게 “금융통화위원들이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시장의 금리 기대는 이미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진 것은 미국 경기가 홀로 너무 강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외환 스와프 거래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매입하지 않고 당국으로부터 조달한 뒤 만기일에 되갚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외 투자를 지속하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현물환 매입 수요가 스와프 거래를 통해 일부 흡수되는 효과가 있어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당국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 증액이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도 증액 발표 직후 환율은 1,380원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환율이 더 올라 1,400~1,410원대를 넘어설 경우 국민연금이 달러 선물환 매도에 나서는 방식으로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당분간 추가 감소할 전망이다.
앞서 한은은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4천128억3천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4억3천만달러 감소했다고 지난 5일 발표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당시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증가했으나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에 따른 일시적 효과 등으로 전체 보유액이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만기가 도래하면 국민연금이 가져다 쓴 자금이 전액 환원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적이라는 게 당국 설명이다.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