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어 ‘1억 인구’ 베트남도 출산율 하락…2050년 아프리카, 세계인구 ¼ 차지
소멸론 고개 속 저출산 터널 탈출 안간힘…각국 대책 쏟아내
“경제난·젊은층 가치관 변화 영향” 분석도
우리나라의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0.6명대로 또다시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현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2.1명) 미만으로 떨어진 국가는 2021년 기준 124개국이라고 유엔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2010년 98개국에서 10여년 만에 25%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경제력 상위 15위 안에 드는 국가들은 모두 합계출산율이 2.1명 미만으로 내려가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이제 저출산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한 상황이다.
인구 대국인 이웃 중국과 일본은 물론 ‘1억 인구’의 베트남도 최근 출산율 하락에 고심하고 있다. 일찌감치 ‘저출산 쇼크’에 직면했던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대책을 쏟아내는 등 전세계가 저출산과의 싸움을 진행 중이다.
◇ 영국·프랑스 양육부담 완화에 초점…러시아선 ‘무자녀 세금’ 주장도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진 지 오래라는 유럽 각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2021년 합계출산율이 각각 1.53명과 1.80명을 찍은 영국과 프랑스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은 3∼4세 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주당 30시간의 무상보육 서비스를 시행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2세 유아에게도 주당 15시간의 무상보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보육시설도 15%가량 늘리고 돌보미의 시급도 인상한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20만 개 탁아소 추가 설립,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1천만 유로 규모의 ‘유아기 혁신 기금’ 조성,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보육비 세액 공제 한도 인상, 현행 10주인 출산휴가를 6개월로 연장 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이탈리아는 작년 상반기 신생아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천500명 감소하면서 출산율이 2022년 1.24명에서 2023년 1.22명으로 내려앉았다.
이탈리아의 연간 신생아 수는 2009년부터 14년째 감소세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작년 9월 저출산 예산으로 10억 유로(약 1조4천억원)를 책정하고 저출산을 국가의 존속을 위협하는 시급한 국정 과제로 삼았다.
2014년 이후 출생아 수가 매년 감소 중인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젊은층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간 러시아에서는 심지어 ‘무자녀 세금’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러시아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 1.8명에서 2021년 1.5명으로 줄었다.
예브게니 페도로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옛) 소련처럼 무자녀에 대한 세금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자 1941년 11월 무자녀 세금을 도입, 자녀가 없는 20∼50세 남성과 20∼45세 기혼 여성에게 임금의 6%에 이르는 세금을 부과했는데 이를 되살리자고 주장한 것이다.
러시아 하원 일각에선 낙태를 금지하는 입법도 추진 중이다.
◇ 중국 61년 만에 인구 감소…동남아도 저출산 타격
아시아에서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저출산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1970년대 제2차 베이비붐이 일어난 이후 출생아 수가 50년 동안 하향 곡선을 그려온 일본은 전날 작년 출생아 수(속보치)가 전년보다 5.1% 감소한 75만8천631명으로 전년도보다 4만1천97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당초 일본은 연간 출생아 수가 75만 명이 되는 시점을 2035년으로 예상했는데 그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가 진행된 셈이다.
일본 정부는 육아수당 대폭 확대, 출산비 의료보험 적용, 다자녀 세대 대학 교육 무상화, 육아휴직 독려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젊었을 때 건강한 난자를 따로 보관하는 난자동결 지원을 확대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출산율 저하에 제동을 걸지 못했고, 혼인 건수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다.
1971년 5.5명이던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1.0명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중국 정부는 2016년 둘째 자녀에 이어 2021년 셋째 자녀 출산을 허용하고 다양한 출산 장려책을 내놨지만, 양육비 부담과 경제 둔화에 따른 취업난 등이 겹치면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남성 22세, 여성 20세인 법정 결혼 가능 연령을 낮추자는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조혼(早婚)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반박에 부닥쳤다.
중국 산시성 시안시 당국은 혼인신고를 하는 신혼부부에게 내달 1일부터 복권을 나눠주는 캠페인마저 벌이고 있다. 시안시는 이 사업에 70만 위안(약 1억3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중국 인구는 2022년 말 기준 14억1천175만명으로 전년도보다 85만명 줄었다. 중국 인구가 감소한 것은 6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저출산 국가로 꼽히는 대만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0.98명으로 떨어졌다. 태국의 합계출산율도 1.16명 수준으로 현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에 턱없이 못 미치는 실정이다.
최근 인구 1억명 선을 넘어선 베트남 역시 출산율이 계속 떨어져 2023년 기준 1.95명을 기록했다.
◇ “경제난·젊은층 가치관 변화”…미국은 이민행렬에 인구 증가세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하락하는 추세가 나타나는 배경으로는 경제적 불안정이 우선 꼽힌다.
임금 인상이 주거비와 생활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어진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 데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변화한 것도 저출산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윌렘 아데마 OECD 사회정책국 수석연구원은 “(젊은 세대는) ‘행복해지기 위해 아이를 가져야 하는가’, ‘내 행복을 위해 아이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많은 젊은이가 행복하기 위해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집계상 2021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4.31명으로 가장 높은 아프리카에서도 출산율이 주춤하고 있다.
유엔은 아프리카의 합계출산율이 2050년께 3.0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인구 감소가 가시화한 유럽·아시아 지역과 달리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세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950년 기준 세계 인구의 8% 정도였던 아프리카가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역시 인구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960년대 초반 한때 3.6명을 넘겼던 합계출산율이 2021년 1.64명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남부 국경 등을 통한 이민행렬로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많은 까닭이다.
미 연방 인구조사국이 작년 공개한 2023년 인구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전년 대비 0.5% 늘어난 3억3천491만4천895명으로 파악됐다.
특히 중남미발 불법 이민자 유입이 많은 미 남부 지역의 인구증가세가 뚜렷해 전체 인구증가분의 87%를 차지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작년 초 내놓은 인구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인구가 향후 30년간 연평균 0.3%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2042년부터는 이민이 유일한 인구 증가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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