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다음 시나리오요? 한국과 8강에서 멋진 승부 한 번 펼쳐보는 겁니다!”
인도네시아를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16강에 진출시킨 신태용 감독이 두 번째 기적을 준비한다.
인도네시아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16강행 ‘막차’를 탔다.
이 대회에서는 24개 팀이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는데 각 조 1∼2위, 그리고 3위 중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16강에 오른다.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D조 3위를 확정한 인도네시아의 운명은 25일 F조 오만-키르기스스탄 경기 결과에 따라 갈리게 돼 있었다.
이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야 인도네시아가 16강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신 감독은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너무나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키르기스스탄과 오만이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서 같은 조인데, 얼마 전(지난해 11월) 맞대결에서 키르기스스탄이 1-0으로 이긴 전력이 있어 키르기스스탄이 쉽게 지지는 않을 거라고 봤다. 5대 5 확률로 무승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돌아봤다.
후반 35분 키르기스스탄이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넣었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1-1일 된 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신 감독은 크게 마음을 졸였다.
신 감독은 “솔직히, 한국 감독 할 때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은 것 같다. 정말 힘들었다”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신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등 예상을 깨는 결과를 많이 만들어냈다. 그의 이름 앞에 ‘운장’, ‘난놈’ 등의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이번에도 바늘구멍 통과하는 수준의, 희박해 보이는 가능성을 결국에는 현실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행운을 기대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지난한 작업을 해낸 것 역시 신 감독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리그 수준이 낮아 대표팀 전력을 끌어올리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신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자료를 보면, 인도네시아 리그가 동남아에서 6위 정도고 아시아 전체에서는 23위 정도”라면서 “리그 자체가 약하다 보니 대표팀이 태생적으로 빨리 성장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전폭적으로 나를 지원해줬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선수 기량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신태용호는 다시 새 역사에 도전한다. 오는 28일 오후 8시 30분 ‘우승 후보’ 중 하나인 호주를 상대로 8강 진출을 다툰다.
만약 호주를 물리친다면 8강에서 한국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결한다.
신 감독은 물러서지 않고 제대로 부딪쳐 보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는 “우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고, 호주(25위)와 한국(23위)은 30위권 팀이다. 월등히 실력 차가 난다”면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토너먼트에서는 실수 하나에 승부가 좌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호주전을 잘 치러 좋은 결과를 내고, 한국도 사우디를 상대로 좋은 경과를 내면, 8강에서 한국과 멋진 승부 한 번 펼쳐 보이고 싶다. 그게 내 다음 시나리오다”라고 힘줘 말했다.
신 감독은 옛 제자들이기도 한 태극전사들을 향한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대표팀은 졸전을 거듭한 끝에 E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경기력을 질타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크다.
신 감독은 “한국 정도 되는 팀은 조별리그보다는 토너먼트에 초점을 맞춰서 대회를 준비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은 토너먼트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면서 “더 집중하고 준비 잘했으면 좋겠다. 축구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생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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