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를 중심으로 세를 불려 온 ‘축구 한류’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진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한국인 사령탑은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이다. 사상 처음으로 인도네시아를 아시안컵 16강에 진출시키는 ‘대업’을 이뤄냈다.
인도네시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46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24개국 중 홍콩(150위)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조 추첨 결과도 썩 좋지 않았다. 우승 후보 일본, 중동의 강호 이라크, 그리고 전임 박항서 감독의 조련 아래 동남아 최강으로 떠오른 베트남과 D조로 묶였다.
많은 이들이 인도네시아가 ‘광탈(광속 탈락)’할 거로 전망했으나 신태용호 인도네시아는 물러서지 않는 축구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라크와 1차전에서 1-3으로 졌으나 선제골을 내준 뒤 동점골을 넣는 등 선전했다.
베트남과 2차전에서는 전반 막판 K리거 아스나위의 페널티킥 골로 1-0 승리를 거머쥐었다.
일본과의 최종전에서는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1-3으로 졌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만회골을 넣는 등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축구를 펼쳐 보였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경기 뒤 “인도네시아가 신태용 감독 지도 아래 많이 발전했다”고 인정했다.
행운도 더해졌다. 26일(한국시간) 끝난 F조 오만-키르기스스탄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인도네시아는 16강행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숙소에서 오만-키르기스스탄 경기를 관전하던 신 감독과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얼싸안고 방방 뛰며 ‘광란의 시간’을 보냈다. 신 감독은 선수들 하나하나를 안아주며 격려했다.
신태용호는 다시 새 역사에 도전한다. 호주를 상대로 8강 진출을 다툰다.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도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거함’ 한국과 대등한 승부를 펼친 끝에 3-3 무승부를 거두는 값진 결과를 만들었다.
말레이시아는 FIFA 랭킹 130위로 한국(23위)보다 107계단 아래다.
앞선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해 16강 진출이 좌절된 터라 김 감독이 선수들의 승리욕을 북돋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2년여 동안 김 감독의 조련을 받은 하리마우(호랑이·말레이시아 대표팀 별명)들은 강해져 있었고,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제대로 펼쳐 보였다.
김 감독은 말레이시아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을 지낸 터여서 한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다.
김 감독은 “환상적인 결과를 얻었다. 선수단은 물론 정부와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영광스러운 경기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인연이 있는 외국인 사령탑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을 이끌고 16강 진출을 지휘한 파울루 벤투 감독은 아랍에미리트(UAE)를 C조 2위에 올려놓으며 다시 한번 카타르 땅에서 메이저 대회 16강 성적을 냈다.
반면에 과거 인천 유나이티드를 지휘한 욘 안데르센 홍콩 감독은 고배를 들었다. 홍콩은 C조에서 3전 전패하며 탈락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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