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이 SWA 11
18,110여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제도, 인도네시아. 넓게 분포되어 있는 작은 섬마을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일일이 점검하고 증진시키는 데에 있어서 인도네시아 정부와 비정부 단체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보건에는 수많은 사각지대가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섬마을 사람들의 눈 건강’이다.
대개 섬마을 사람들의 식단은 물 부족으로 인해 기름진 음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은 흔히 당뇨를 유발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이는 종종 합병증으로 이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합병증은 백내장이다. 이처럼 고립된 섬마을 주민들의 눈 건강은 사회적, 지리적 단절로 인해 점점 더 방치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안과의사 협회 PERDAMI는 1964년, 인도네시아 의사협회 산하 기관으로 설립되었다. 눈 건강 증진, 안과학의 진보, 안과의사 육성 등을 목표로 삼는 PERDAMI는 24개의 예하기관과 2400명이 넘는 멤버로 운영되고 있다.
PERDAMI는 백내장을 비롯 소아 실명, 사시, 당뇨병성 망막증 등의 안과질환을 주로 다룬다. 1996년부터 이 단체는 백내장 예방 프로젝트를 선두로 인도네시아 전역을 돌며 정부의 지원 하에 눈 건강 교육, 무료 안경 나눔, 무료 눈 수술 등을 진행해왔다.
지난 2023년 9월 26일부터 이틀 간 PERDAMI는 섬마을 주민들의 안과 검진을 위해 의료봉사를 떠났다. 현지 안과의사 및 의대생, 전 보건복지부 장관 닐라 파리드 모에로에크(Nila Faried Moeloek), Sinarmas World Academy 학생이 참가했다. 섬마을 눈 건강 증진 프로젝트의 첫발은 천 개의 섬, ‘뿔라우 스리부’에서 시작하였다.
Ancol에서 출발하여 배를 타고 세시간이 걸려 뿔라우 스리부의 대표 섬인 Pulau Pramuka에 도착하였다. 아동과 청소년의 눈 건강을 특히 중시하는 PERDAMI는 현지 초등학교에 간이 검진 센터를 설치해 초등학생과 당뇨를 앓는 섬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안과 검진을 실시하였다. 정부 지원을 받은 500여개의 안경 또한 시력이 저하된 마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지급되었다.
그중에는 원시로 인해 글씨를 읽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개발된 특수한 ‘독서 안경’도 있었다. 일반 안경과 흡사하지만 안경알 밑부분에 원시 전용 렌즈가 덧대어진 구조이다. 환자에게 맞는 안경이 없을 시 한 켠에서 안경사가 시력 검사 결과를 토대로 곧바로 렌즈를 세공하고 안경테에 조립해 맞춤 안경을 제작했다.
인도네시아 전 보건복지부 장관 닐라 파리드 모에로에크(Nila Faried Moeloek)는 “섬마을 주민들의 7할이 당뇨병 환자이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생긴 병에 각종 합병증마저 더해지면 이들의 삶의 질은 끝없이 추락한다”며 “배를 타고 섬을 일일이 돌며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그렇지만 수고스럽더라도 우리가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치료와 특히 청소년들의 건강관리에 이타적으로 임한다면 낙도 주민들의 보건수준은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지난 11월 11일, PERDAMI는 섬들을 돌며 접수한 백내장 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자카르타 Ukrida Hospital에서 백내장 수술을 진행하였다. 수술 비용은 정부가 눈 건강 증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액 지원하였다. Sinarmas World Academy 11학년 김재이 학생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1년간 과학 과외를 해서 번 Rp20,000,000을 PERDAMI에 전액 기부하였다.
기부금은 치료기간 동안 환자들의 숙박, 환자 운송, 간병 등 정부 지원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에 쓰여졌다. 김재이 학생은 9명의 환자와 8명의 간병인 비용을 지원하며 수술실에서 백내장 수술을 참관하였다. 이를 위해 앞서 지난 9월, 김재이 학생은 Pulau Pramuka에서 진행된 자원봉사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환자 접수 및 안내, 안경 나눔 보조 역할을 수행하였다.
김재이 학생은 “나의 꿈은 안과의사이다. 1년간 직접 돈을 모아 연말에 사회 소외계층의 눈 수술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의 수술 과정을 도와주고 정부 산하 프로젝트에 간접적으로나마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며 “수술 과정을 참관하면서 가장 뭉클했던 것은 Pulau Pramuka에서 글을 읽지 못해 슬퍼하시던 할아버지가 수술이 끝난 후, 꿈 같은 표정으로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PERDAMI의 다음 목표는 보건의료의 손길이 닿지 못한 인도네시아 구석구석까지 방문하여 누구나 마땅한 의료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끔 다가가는 것이다.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또는 큰 병원까지의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내장은 눈 안의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야가 흐려지는 것이고, 녹내장은 안압 상승으로 인해 신경이 손상되는 것이다. 백내장은 간단한 수술로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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