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 불발…중국과 관계 관리는 과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23.11.17 [공동취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미중관계가 ‘갈등 관리’ 국면에 들어갔지만, 한중 정상회담은 불발했다.

한중 당국은 미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계속 조율했으나 결국 성사하지 못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16일(이하 현지시간) APEC 정상회의 제1세션 회의장에서 서로 만나 3분가량 환담하는 데 그쳤다.

회담 불발 원인은 우선 두 정상의 일정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6년 만에 방미해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빅 이벤트’를 치른 시 주석 쪽의 일정 조율이 여의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면 지난 15일 미중 정상회담으로 마련된 큰 틀의 미중 관계 안정화 국면 속에서 앞으로의 한중관계 방향을 탐색·설정할 중요 계기가 됐을 수 있다.

일본과 중국이 이번 APEC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도 미중 관계 환경 변화 속에서 중일관계 관리 가능성을 타진하는 성격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APEC에 앞서 일본 안보 수장인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고위급 정치대화를 하는 등 정지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APEC에서 시 주석은 일본 외에도 멕시코·페루·피지·브루나이 등과 양자 회담을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걸려 있는 일본이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인 브루나이, 중국이 공들이는 태평양 도서국의 중심 격인 피지 등과 비교해 한국과는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이 없다고 인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중국의 APEC 계기 회담 상대국에 대해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 국가들에 대해 중국이 굉장히 애를 쓰고 있다”며 “그런 전략적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한중 정상회담이 불발한 만큼 대(對)중국 관계 활성화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복원을 바탕으로 한미일 결속을 다지는 외교에 비교적 주력했다. 중국과는 상호 존중에 기반한 관계 재정립을 모색해 왔지만,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설화, 대만 문제를 둘러싼 공방 등 부침이 계속되며 냉각기가 이어졌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위원이 회담하며 갈등을 봉합하기는 했지만 아직 새로운 한중 협력을 본격화하는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한 상황이다.

조만간 예정된 한중일 고위급 연쇄 협의 등이 대중국 외교 동력 확보를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당장 오는 26일을 전후해 부산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이 3국 간에 최종 조율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은 불발했지만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일정 조율 상황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면 왕이 위원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고 이를 통해 한중 외교장관 양자 회담도 별도로 개최될 전망이다.

또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디딤돌로 연말 또는 내년 초에 3국 정상회의가 열리면 리창 중국 총리의 방한이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한중일 정상회의에 통상 총리를 보내왔다.

정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대중국 관여 외교를 펴 나간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까지는 미중관계 안정화 국면이 이어지면서 한국도 대중국 외교 보폭을 늘려갈 외교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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