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특별기획] 각종규제 내우외환, 한인사회 위기인가 기회인가(1)

<사진설명. 80년대부터 한인봉제업체들이 입주하다가 대부분 철수한 자카르타 근교 KBN공단 입구>

*취업비자 제한과 경기침체로 이미 한국인 떠나
*교회 아파트마다 매주 뿔랑(이주) 가족 줄이어
*노동부, 외국인 전체 근로자 7만명 발표…올해만 15% 강제추방

*한인 합법적 근로자 1만5천명 추산…갈수록 줄어 한인사회 위기감 돌아
*찌까랑 한인전자단지 생존위기, 끌라빠가딩, 까라와찌 한인사회도 위축
*각종 행정규제 임금탓보다는 대책없는 한인사회 더 문제

글로벌 경기 침체에 인니정부의 각종규제와 내수경기 침체 등 국내 악재까지 겹치는 가운데 올해 인도네시아 한인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가시화되면서 한인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로 수출을 통해 한인경제 성장을 해온 한인기업들로선 봉제 신발 전자 에너지 대기업들의 성장 약화가 곧바로 한인 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 한인 동포들이 인도네시아를 떠나고 있다.

70년전 2,200여 일본군 군속으로 인도네시아를 처음 밟게 된 한인사회가 고희(古稀) 70년 동안 든든한 한인사회를 일구어 왔다.

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단속이 강화된 취업비자 제한과 수출과 내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서둘러 짐을 싸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파견된 모 고위 공무원은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지난 1년 동안 한인동포 최소 10% 최대 20% 정도가 귀국한 것 같다”면서 “이는 취업비자 제한과 경기회복이 어렵게 되자 대부분 업종에서 인력이 감원되고 있어 불가피하게 가족들이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들은 기업 및 취업으로 인한 가족단위 이주가 70%를 차지하고 있기에 취업비자 발급강화와 기업활동 위축은 한인사회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카르타 동북부지역 공단근처의 한인 거주 아파트 촌에도 지난해부터 출국하는 한인들이 가재도구를 내놓는 문자 메시지가 나돌고 있다. 김모 주부는 “그래도 지금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지난 연말부터 3,4월까지는 매주마다 몇 가구씩 뿔랑(한국이사) 했어요”라고 전했다.

또한 자카르타 남부에 있는 한인교회에 다니는 김모씨는 “전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매주마다 이삿짐을 싸고 출국하는 사람들이 무척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계업을 하고 있는 Sisa 여사는 “한국인들이 많이 떠나 빈집들이 많이 늘어나자 집주인들이 올해부터 집값을 작년 가격이나 10% 정도 깍아 주고 있다”며,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여서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는 한국 기업인이 직간접 투자로 한인기업이 약 2천여 개 진출해 있으며 한인동포는 관광객 포함 어름 잡아 5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5년 들어 외국인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인도네시아에 있는 외국인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인도네시아 노동부 산하 근로자관리청(Dirjen Pembina dan Penempatan Tenaga Kerja)의 헤리 수다르만또 (Hery Sudarmanto) 국장은 “현재 농업, 산업, 무역, 서비스업 분야에 근무하는 합법적 서류를 갖춘 전 외국인 근로자는 약 70,000명”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동포의 합법적 근로자는 어림잡아 1만5천명 미만으로 가족과 관광객까지 합하면 3만 5천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이민당국은 올해 7월까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15%를 불법체류 명목으로 9,228명을 강제 출국시켰다고 밝혔다.

한인기업들은 인도네시아 진출 50년을 맞아 그간 봉제와 신발 그리고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제철, 유통, 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한인기업들은 약 100만 명의 현지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찌까랑 한인전자단지 생존위기, 끌라빠가딩, 까라와찌 위축

하지만 최근 취업비자제한과 경기침체로 한인사회와 한인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자카르타 시내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한인 금융사 간부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인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어 생산설비에 따른 기업 대출금 상담이 대폭 줄어들었고 기존 대출에 대한 원금보다도 이자도 못내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한인경제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자카르타 근교 찌까랑에서 전자부분 관련 사업을 하는 이모 대표는 “찌까랑 한인 전자단지가 불 꺼져간지 오래이고 이 지역 한인기업들이 생존에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작은 중소 한인기업들이 야반도주나 폐업소식은 이제 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나섰다.

찌까랑 지역은 삼성전자 LG전자를 중심으로 관련 하청업체들과 전자 및 기계분야 업체들이 불야성을 이루면서 생산 활동했었다. 하지만 2013년 4월 대표적인 전자 하청업체인 켑소닉사의 야반도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하청업체들이 손익분기점도 못 맞추는 생산이 계속되고 있고, 하청 오더가 줄어든 군소 하청업계는 고사직전에 이르고 있다.

찌까랑 지역 한인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찌까랑에서 한식당을 경영하는 K 한식당 주인은 “그래도 작년까지만 해도 기업 단체손님 예약이 있었는데 올해는 단 한번도 없었다”면서 “개점휴업상태인 식당이 늘어나고 있는 정도이니 기업활동은 오죽하겠냐”고 울상을 지었다.

인도네시아 최고 강성노조와 가장 높은 최저임금지역인 버까시 지역의 한인 기업활동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버까시 지역에는 최고 강성노조의  불법투쟁과 5년째 예측불가한 불확실한 투자여건과 행정규제로 관련분야 대기업에 투자는 아예 손을 놓코 있다.

봉제 신발산업 3중고로 힘 빠져

봉제 신발산업도 루피아화 약세로 버티고 있다.

80년대 초기 봉제단지로 명성을 높혔던 자카르타 북부근교 KBN 공단은 몇몇 봉제업체들이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대부분 수방과 보고르 수까부미 저임금 지역에서 하청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도 각종 행정규제와 단속 불법 노조활동, 최저임금인상으로 힘이 빠진 상태이다.

KBN 봉제공단 버까시 공단을 중심으로 한인들이 모여 사는 자카르타북부 끌라빠가딩에도 한인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끌라빠가딩 한인들은 “한때 한인들이 1만여명까지 모여살았는데 이제 3천여명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전하고 있다.

이 지역 한식당을 하는 H대표는 “한 두달에 한번씩 식당주인이 자주 바뀔 정도로 한인대상 상가운영이 어렵고, 예전에는 봉제 공장지역에 음식을 배달하거나 근로자 하숙집을 해왔는데 이마저도 없어져 폐업하는 식당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수방지역에서 봉제업을 하고있는 이모 대표는 “올해 근로자 최저임금 10~15% 인상보다 루피아화 30% 약세로 제조여건 경영이 개선 되어 천만다행이지만 언제까지 루피아화만 처다 볼 수 없지 않냐”면서 “국제적인 경기보다는 바이어들이 인도네시아에 오더를 줄 수 있는 안정적인 하청 제조환경 마련을 위해 당국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한인 신발 산업은 1985년부터 한국 신발 산업의 경쟁력 문제로 인도네시아로 공장 이전이 되어, 1990년 초기 7억달러 생산 매출규모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2014년 한인기업 신발업체 규모는 총 300여개사(부자재 업체 포함)로 한국인 근로자는 약 1천명에 달한다. 한인 신발업체들의 총 매출액은 2010년 약 17억 달러, 2011-2012년 약22억달러, 2013년약 23억 달러, 2014년에 25억 달러를 넘어 2015년에는 3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발업체들은 주로 반튼주. 땅그랑 지역에 약 70%가 소재하고 있으며, 최근 최저임금 급등으로 상당수 업체는 수까부미, 수라바야, 스마랑 등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지방으로 공장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관령 15,16호 외국인 취업제한 강수

하지만 2015년 3월 제15호 노동부장관령(keputusan Menteri Ketenatagakerjaan No 15 Tahun 2015)에 따른 신발업종 외국인 근무허가 제한규정은 악재로 등장했다.

이번에 발표된 장관령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장관령, 등재이사 외 전 일반직 취업비자 연장불가 못박아
-기존 매 5년 연장가능에서 2015년 1월부터 2년 연장 불가능

노동부는 신발업종에 취업비자 초강수로 신발산업 투자위기로 보고 있다. 노동부 비자연장 불가 방침에 따라 한인 중간관리자 취업 비자 재발급과 영업 생산 관리업무 마비가 불가피해 기업활동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이번 제15호 노동부장관령 발표 배경에는 최근 중국 대만계 신발업체의 묻지마 인도네시아 진출에 따른 외국인 무차별 취업으로, 현지인력 고용혜택 제한과 기술이전을 등한시하고 있어 노동부가 초 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가 외국인 기술이전이 더디자 가이드 라인으로 취업제한이란 강경책으로 급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외국인 취업제한은 신발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전 업종으로 확대될 조짐조차 보이고 있다.

최근 7월에는 노동부 장관령 16호를 발령하고 외국인 근무와 현지인 근무 10:1 조항을 발표해 한인기업 외국인 고용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외국인 취업규제는 한인사회 감소 1차 원인이 되고 있다. 땅거랑 까라와찌에 사는 김모 주부는 “2년 비자 연장불가로 누가 가족이 이주할수 있겠나”며 “최소한 5년정도는 보장이 되어야 자녀교육 가족이주가 가능하고, 2년째에 회사형편이 어렵다 퇴직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루피아화 하락세 한인경제에 도움못돼

루피아화 하락은 결코 한인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봉제업계의 루피아화 하락은 양면의 칼날으로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루피아화 강세로 돌아설 경우 되살릴 수 없는 지경이 이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자업계 완제품과 부자재 수입으로 환차손실이 커지고 내수 경기마저 반토막 나서 경영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40달러 대 국제유가와 중국발 경제위기는 에너지 투자위기와 정책 혼선이 겹쳐 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서비스 유통업도 마찬가지이다. 루피아화 하락으로 수입물가는 치솟고 있는데 내수경기는 거의 마비상태이다. 해당업체는 “최근 환차손과 경기침체로 손해를 무릅쓰고 이미 오더된 수입품 콘테이너를 취소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당국의 각종 행정규제와 임금 탓만 하면서 대응별 시나리오없는 한인사회가 더 큰 문제다.

인도네시아 함다니 국회의원은 한인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신정부는 자국민과 기업보호에 우선되는 정책을 강화할 수 밖에 없고 특히 2016년 1월부터 시행되는 아세안경제공동체 발효로 외국상품과 외국인 유입에 대비해 장벽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모 한인원로는 “예전에는 어려울수록 원로들과 단체장들이 머리를 맞대 대응책을 마련했는데 요즘은 기회가 없어 아쉽다”면서 “그간 수십년간 한인사회가 손쉬운 날이 없었고 어려울 때 지혜를 모아 잘 극복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기사 한인포스트 특별취재반. 기사문의 [email protected].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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