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지각…’성인 ADHD’ 주요 증상…20대 유병률 7.7% 최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ADHD 증상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8년 5만9천275명(심사일 기준)에서 지난해 13만9천696명으로 2.4배가량 크게 늘었다.

여의도성모병원, 1만7천명 분석…”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동반 위험 11.6배”

회사원 A(36.서울)씨는 다른 동기들보다 승진이 느린 편이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만, 휴대전화를 보고 사소한 일들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지각하는 일이 잦았고, 업무지시를 자주 잊는다는 지적을 반복적으로 받았다.

이런 실수가 잦아지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재차 확인하느라 업무가 지연되는 일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실수가 크게 줄지는 않았다. 또한 회의 중 엉뚱한 생각에 빠져들어 다른 사람들이 한 이야기를 혼자 놓치는 경우도 흔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A씨는 진료 상담에서 “초등학교 때 산만하다는 지적을 들었고, 게임을 할 때는 다른 할 일을 까먹거나 부모의 이야기도 잘 듣지 못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위해 앉아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멍하니 있거나 교재의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읽는 등 학업 효율이 떨어져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편이었다”고 했다.

의사는 A씨에 대해 불안감과 낮은 자존감, 우울감, 무기력감, 비관적인 생각, 의욕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한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진단하고, 우울증에 대한 약물치료, 인지치료를 병행했다.

이후 A씨는 점차 실수가 줄어들고, 대화나 회의 중에 집중력이 나아졌으며, 업무 내용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동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치료를 지속하면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거의 없어졌고, 우울 증상도 호전된 상태”라고 말했다.

ADHD는 산만함, 주의력 결핍, 충동성, 과잉행동 등의 증상이 특징인 질환이다. 보통은 소아· 청소년기에 흔히 발생하지만, 요즘은 A씨처럼 성인이 돼서도 ADHD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31일 국제학술지 ‘임상 정신약물학 및 신경과학'(Clinical Psychopharmacology and Neuroscience) 최신호에 따르면,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원명·우영섭 교수 연구팀이 국내 6개 건강검진기관(한국의학연구소)을 찾은 19세 이상 성인 1만7천799명(남 1만2천232명, 여 5천567명)을 대상으로 설문 평가를 한 결과, 이 중 2.4%가 ADHD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유병률은 20대 7.7%, 30대 3.1%, 40대 1.3%, 50대 1.0%, 60세 이상 1.1%로 각각 집계됐다.

연구팀은 20∼30대 연령층의 ADHD 발생 위험이 60세 이상보다 3.9배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더욱이 성인 ADHD는 다른 정신질환 발생과 큰 연관성을 보였다. ADHD로 진단된 사람이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를 겪을 위험은 ADHD가 아닌 사람보다 각각 11.6배, 3.2배 높았다.

성인 ADHD 환자 증가(CG)
성인 ADHD 환자 증가(CG)

[연합뉴스TV 제공]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가 최근 병원을 찾는 성인 ADHD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ADHD 증상으로 진료받은 성인 환자는 2018년 대비 5배가량 증가했다.

우영섭 교수는 “대부분의 ADHD가 소아기에 발병하지만,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상당수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인지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학업, 업무, 대인관계 등에서 많은 좌절을 겪게 된다”며 “그 결과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가 동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성인 ADHD 환자의 주요 특징으로 잦은 지각, 낮은 성취도, 업무에 대한 집중력 저하, 주변 사람들과 잦은 충돌, 잦은 물건 분실 등을 꼽았다.

하지만 성인 ADHD의 진단은 쉽지 않다. 눈에 잘 띄는 충동성과 같은 증상이 적은 데다, 어린 시절 ADHD가 있었음에도 적절한 진단을 받지 못한 성인의 경우 본인이나 가족의 회상과 기억에 의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박원명 교수는 “이 때문에 성인 ADHD 환자들 상당수가 자신의 성격이나 기질 문제, 무능력으로 치부하며 힘겹게 살아가면서 실직이나 이직 등을 경험하고, 정신질환까지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성인 ADHD 환자는 정신과적인 공존 질환이 많은 만큼, 우울증과 같은 증상이 생겼다면 ADHD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조기에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며 “만약 성인 ADHD 증상이 염려된다면 혼자서 고민을 키우기보다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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