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요동…필리핀에 무슨 일이

“일부 세력의 (쌀) 대량 매집과 쌀 밀반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
필리핀 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쌀값이 치솟자 정부는 소매가격 상한선을 내놨지만 소매상들이 반발하면서 물러서는 모양새다. 식량안보 약소국으로 겪는 어려움이란 지적도 나온다.

5일 외신에 따르면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전날(4일) “쌀 소매상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로 출국하기 전 “쌀값 상한제와 관련해 시장이 간섭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세력의 대량 매집과 쌀 밀반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달 1일 일반미 판매 가격을 1㎏당 41페소(956원), 백미(잘 도정된 쌀)는 45페소(1050원)로 제한하는 방침을 승인했다.

5일부터 이 가격 이상으로 판매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또한 쌀값 상한선은 대통령이 해제할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 방침이 있기 2일 전 수도 마닐라 일대 시장에선 일반미가 최고 55페소, 백미는 56페소에서 거래됐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해당 방침을 내놓으면서 “쌀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거래상들의 대량 매집과 카르텔로 인해 불법적으로 가격이 조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경제개발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인도의 쌀 수출 규제, 유가 불안정과 더불어 ‘카르텔의 사재기’를 쌀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효과에 대해 현지에선 의견이 분분해 보인다. 필리핀 매체 인콰이어러는 쌀 가격이 낮아지면 농민들이 생산량을 줄여 시중의 쌀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쌀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베트남에서 주로 수입하지만 1위 수출국 인도가 쌀 수출을 제한한 것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해 6월30일 취임하면서 식량안보를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또한 본인이 농업장관을 겸직하고 있다.

필리핀은 1년에 4모작이 가능한 국가로 한때 쌀 수출국이었다. 국제미작연구소(IRRI)가 들어서면서 아시아 농업혁명을 이끈 나라라는 칭송도 받았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국제 쌀값이 1t 당 200달러(장립종 기준)로 안정세를 보이자 필리핀 정부는 농업 투자를 절반으로 줄였다. ‘부족한 식량은 수입하면 된다’는 인식에서다.

국제 비교우위론에 따라 필리핀 정부는 쌀 수입을 택했고 우량농지는 골프장·휴양시설·공장으로 속속 탈바꿈했다. 농민들은 도시로 떠나거나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관광가이드로 나섰고, 그럴수록 농지는 더욱 황폐화했다. 그 결과 필리핀은 쌀 수입 대국이 됐고 국제 쌀 시장에 부는 작은 바람도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7월 국제 쌀 가격은 전달보다 2.8% 올라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쌀 가격은 15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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