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허구의 두 얼굴

글. 김준규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위클리 에세이>

사회가 다원화되고 지적수준이 다양한 시대에는 종교적, 정치적 갈등 또한 충돌과 분열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진실과 양심을 기반으로 하는 종교나 정치이념은 전통적 지성의 뼈대가 튼튼하고 계보를 전승 발전시키는 다수의 계층이 스크랩을 짜고 있어서 왜곡의 빌미를 허용하지 않는 반면, 검증의 잣대가 애매하고 예민한 이단종교나 편향된 정치이념은 현란한 허구적 이론에 의지 할 수 밖 없다.

이단의 색채가 강한 종교일수록 내세의 영광을 크게 부각시키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므로 지향하는 종교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세뇌적 노림수를 내포하고 있다. ‘천국으로의 안내’라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잣대를 활용하는 것도 노림수의 한 방편이라 하겠다.

그러할진대 “죄를 짓지 말고 바르게 살라”라는 종교의 본래 가르침을 교묘하게 왜곡하여 “그러할진대 다 필요 없다” 재산은 모두 가져오고, 현금은 모두 바치고, 아내는 남편을 버리고, 처녀는 신성한 교주에게 몸을 바쳐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암묵적으로 진실을 호도한다. 가족은 성가신 존재이므로 하느님이 보낸 나(교주)에게 모든 걸 걸어라! 그래야 천국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순수한 종교의 이면에 숨어서 이단종교가 지향하는 종국의 목적은 매우 단순하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유난히 이러한 종교의 허구적 유혹에 취약하다. 거대하게 성장한 교회의 교주가 성추문으로 교도소에 가는 일이 끊임없이 생겨나도 교세의 기반은 죽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놀라운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국민의식이 개화되기 이전에는 무지하고 의지가 빈약한 천민계급을 상대로 진화하기 시작한 이단종교는 보다 지능적인 교리를 채택하기에 이른다. 포섭 대상자가 영혼이 맑고 활동성이 왕성한 젊은 층을 겨냥하기 시작 하였다.

그들이 성장하여 고학력의 두뇌 집단이 되면서 교세는 점점 더 확장되고 경제적 혹은 명예적인 이권이 개입되면서 후계의 맥을 계승 발전시키는 기묘한 메커니즘이 형성되고 있다.

그들이 내세웠던 오류와 비윤리는 번복하기 어려운 자존심이며 허물 수 없는 아성이다. 보편적 진실을 전제로 한 종교의 교리나 정치이념은 굳이 목숨을 걸고 선전선동에 몰입할 근거가 희박하다. 윤리에 기반 한 진실을 감추고 가식적인 수단으로 아전인수식 군중몰이가 필요할 때, 갖가지 현란한 유혹의 메시지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불치병 환자를 낳게 한다는 등 종교적 행위를 통하여 심약한 신도에게 ‘가스라이팅’을 유도하기도 하고 갖가지 명목의 헌금을 강요하는 구실로 삼기도 한다.

허황된 선전선동은 유일체제인 공산주의 정치에서 잘 나타난다. 외국의 문화나 언론의 유입을 차단하는 북한식 선전선동은 민중을 우물 안의 개구리로 만드는 일을 국가 운영의 제일주의로 내세운다. 외부와의 연결을 봉쇄하고 자신의 권위에 이유를 달거나 반대하는 자는 협박과 살인 등의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문명이 진화할수록 인간은 진부한 현실 감각을 방임하고 삶의 가치에 대한 모호성에 반항적 지향점을 추구한다고 한다. 현실적이지 않지만 보다 자극적인 쾌감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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