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가는 길목

김재구 (한국문협 인니지부회원)

작은 소음들이 보글보글 거리는
청도*의 아침
단풍도 채 지기도 전에
지성소의 휘장이 갈라져 흘러내리듯
떨어져 흩어지는 잎들의 주검들 위로
앙상히 옷을 벗은
초겨울 나무 가지들 그 위로
까치 두어 마리 날아와 앉는데
푸른 하늘이 함께 내려와
찌르륵
찌르륵
나이 들며 마음 속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사람의 때는
지워지지 않는 짐만 같은데
자연은 오늘
다가오는 한 겨울 앞에 한 꺼풀의 때를 벗는다
태고의 숨결을 잃지 아니한 순수 그대로의
강산의 아침
그렇게 젊음처럼 떠나가는 한 계절을
가벼운 철학처럼 배웅을 하고 있다

*중국, 산둥성의 청도(靑島)

시작 노트:
고립은 창작자의 특권이라는데, COVID를 겪으며 우리는 고립의 의미를 되새긴다. 하물며 낯선 곳에서 맞는 아침의 풍경 속에는 익숙하지도, 익숙해 질 수도 없는 풍경들이 지나간다. 마음속에는 무엇인가 꽉 막혀 있다지만, 아침은 여과 없이 이를 벗겨낸다. 까치가 날아오른 풍경, 갈라지는 지성소의 장막처럼 이제는 더 이상의 희생은 필요 없다고 까치가 물고 오는 당신의 소식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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