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옥 뽀노로고 (REOG PONOROGO): 무서운 가면 뒤에 숨겨진 러브스토리

<레옥 뽀노로고 무용수들이 50kg이 나가는 탈을 이로 물어 지탱하며 춤을 추고 있다.>

(2015년 1월 26일)

호랑이의 형상을 한 그들의 얼굴은 무섭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동부 자와 지역의 전통 민속춤 뒤에는 하나의 러브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이 춤은 뽀노로고 지역을 여행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색다른 관광지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전통 춤은 30여명의 무용수들이 지역 내 특별한 축제기간과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추는 춤으로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호랑이 형상에 공작새 깃털로 장식된 탈을 쓰고 춤을 춘다.

사실 이 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탈의 모양이 아니라 무용수들이 탈을 착용하는 방식이다. 무용수들은 50킬로그램 가량 나가는 탈을 이로 물어 지탱한 채 춤을 춘다.

이 때문인지 무용수들이 이 춤을 추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지난 1월 18일 자카르타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토 (Wito)라는 한 무용수는 “레옥 뽀노로고 무용수들은 5분 이상 춤을 추지 않는다. 이는 다음날에도 공연하기 위해 체력 안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공연에서 레옥 뽀노로고 무용수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을 때 무대 한 켠에서는 이 춤의 역사와 전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이 춤의 전설은 반타르 앙진 왕조 시대(Bantar Angin)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끌라나 스와다나(Kelana Swadana)왕은 끄디리 왕국(Kediri)의 아름다운 공주에게 그의 사랑을 고백하러 길을 떠난다. 하지만 공주에게로 가는 그 길목에서 왕은 사나운 동물인 싱고바롱(Singobarong)을 만나게 되며 왕과 싱고바롱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이 전투에서 왕은 호랑이와 공작 떼를 하나로 만들게 되며 이 모습이 바로 레옥 뽀노로고 탈의 모습이다.

다른 인도네시아 전통 춤들처럼 레옥 뽀노로고 역시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 무거운 탈을 이로 지탱할 수 있는 점은 죽은 이의 영혼이 무용수들에 들어와 함께 춤을 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레옥 뽀노로고 공연은 뽀노로고 지역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며 그 가격 역시 매우 저렴하다. 어른의 경우 8,000루피아, 아동의 경우 5,000루피아이며 탈 위에 올라타고 싶은 경우 10,000루피아만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한 레옥 뽀노로고 무용수 아구스(Agus)는 “돈은 우리가 춤을 추는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다. 나와 친구들은 늘 이 춤과 함께 자랐으며 이는 어느새 우리 영혼의 일부가 되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B8(2)w<남부 깔리만탄 루디 레스나완(Rudy Resnawan) 주지사가 탈 위에 올라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관광객들 역시 추가비용만 지불하면 이 탈 위에 올라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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