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월에 누워

투명한 이파리들 햇빛 한 모금씩 머금고
하늘 아래 눈에다 녹색 선글라스를 씌운다

성글게 구름이 떠가는 하늘은
눈앞에서 순식간에 초록빛 바다로 출렁이고
태양은 물 위로 솟구쳤다가 첨벙 빠진다

농익은 계절이 이파리 사이사이로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뚝뚝 떨어지니
오월을 보는 눈이 계절의 단맛에 시리다

앞산에서 숨어 노래하는 뻐꾸기 소리는
보리밭 고랑을 살금살금 헤치고 다가와
나른한 졸림을 토닥이는 자장가 되었고
친숙한 꽃향기가 슬며시 곁에 와 눕는다

 

시작 노트:
시인은 어린애처럼 5월을 끌어안는다. 초록빛 숲속에 쏟아지는 햇빛을 보고 태양이 물속에 첨벙 빠지고, 숲 속에 녹아나는 녹음을 보고 뚝뚝 떨어지는 아이스크림 이라했다. “뻐꾸기 소리가 고랑을 살금살금” 타고 오고 “꽃향기 살며시 곁에 와 눕는다” 등 서정이 물씬 풍기는 자연 현상 속에 푹 빠져든 시인의 천진한 심상을 읽을 수 있다. 김준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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