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서 ‘군사용 AI’ 논의 장관급 국제회의

챗GPT 활용한 개막식 환영사…”국제적인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우크라전서 드론·사이버공격 신기술 목격…신속하게 행동해야”
AI 군사적용 윤리성·위험성·규범 등 다양한 주제의 세션도

군사적 영역의 인공지능(AI) 문제를 다루는 첫 장관급 국제회의가 네덜란드에서 개최됐다.

1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월드포럼에서 ‘군사적 영역에서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 2023)가 이틀 일정으로 개막했다.

개막식에서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의 환영사는 전 세계 화두인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로 시작됐다.

그는 “AI는 전쟁이 일어나고 승리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동시에 상당한 위험성과 도전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고 지금 행동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훅스트라 장관은 “이 세 문장은 제가 아니라 챗GPT가 한순간에 만들어낸 것”이라며 “이는 AI의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말하자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REAIM 2023은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사용이라는 주제를 다룬 첫 국제회의로, 지난해 11월 한-네덜란드 정상 합의에 따라 양국 정부가 공동 주최한다.

군사용 AI가 전세를 뒤집을 차세대 기술인 동시에 위험성도 병존하는 ‘양날의 검’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개발·사용을 위해 각계각층이 모여 공통된 의제를 도출하자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다.

훅스트라 장관은 “불행하게도 우크라이나에서 드론과 사이버 공격을 포함한 신기술 영향을 이미 목격하고 있다”며 “또 러시아가 어떻게 섬뜩한 방식으로 국제인도법을 어기는지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용 AI가 미래 군사 패권을 좌우할 것이라는 인식 아래 주요국 정부와 스타트업 중심으로 관련 연구·개발이 가속하는 추세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은 AI 기술이 대대적으로 활용된 사례다.

훅스트라 장관은 생물학·화학무기금지조약과 핵확산금지조약 등 합의가 미래를 만들었다며 “다 같이 이와 비슷한 미래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반드시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서는 AI 기술의 군사적 적용에 내포된 특징과 이점·위험성을 비롯해 윤리적 문제, 책임 있는 AI의 군사적 응용을 위한 규범 등 다양한 주제로 세션이 진행된다.

행사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각국 정부가 서명에 동참한 ‘공동 행동 촉구서'(call to action)가 발표될 예정이다.

회의에는 네덜란드와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스위스, 파키스탄 등 정부 고위 인사와 기업, 연구기관, 국제기구, 싱크탱크, 시민사회 등 관계자 약 2천명이 참가한다.

한국에선 박진 외교부 장관이 16일 열리는 장관급 세션과 폐회식에 참석한다.

박 장관은 네덜란드 방문 계기에 마틴 루터 총리를 예방하고 양국 간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개최한 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인 ASML 관계자와도 만날 예정이다. (c)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