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에 따른 잦은 정전으로 미얀마 주민들의 불편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대 상업 도시 양곤조차 전기가 하루 절반이 사실상 정전 상태일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그러나 군정은 전력난을 국민 탓으로 돌리며 절약을 강조하고 있다.
전력에너지부에 근무했다는 냐웅 무(가명·39) 씨는 “정부가 작년 11월 양곤에서는 지역을 나눠 하루 8시간씩 순환 정전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10~12시간씩 정전되고 전기 공급을 약속한 시간대에도 수시로 전기가 끊긴다”며 “양곤이 이 모양이면 다른 지역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전기가 끊긴 지역은 신호등도 함께 꺼진다. 큰 교차로는 서로 먼저 가려는 차들이 뒤엉켜 교통 마비 상태가 되기 일쑤다.
택시 기사 싼 에이(가명·47) 씨는 “SNS를 통해서 어느 지역이 정전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며 “신호등 꺼진 사거리를 빠져나가는 데 적어도 30분 넘게 걸린다”고 전했다.
양곤 주부 텟 텟 우(가명·35) 씨는 “돈을 모아 어렵게 냉장고를 장만했는데 시도 때도 없는 정전 때문에 음식이 다 상해버려 아예 꺼놓고 있다”며 “모든 것들이 10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탄식했다.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 양곤으로 돈을 벌러 왔다는 롱 텟(가명·24) 씨는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 집에는 하루 1~2시간밖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핸드폰 충전도 제대로 못 해 전화 통화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정을 대변하는 먀와디 데일리는 사설에서 “아세안 국가 중에서 전기요금이 싸서 국민이 전기를 낭비한다”며 정전을 전력 낭비가 심한 국민 탓으로 돌렸다.
‘전기를 절약함으로써 조국을 사랑하라’라는 제목으로 1월 10일 자 먀와디 데일리에 올라온 이 사설을 놓고 양곤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한 봉제공장 사장은 “낮에는 공단에, 주거지역에는 밤에 전기를 공급하겠다더니 낮에 공장은 발전기를 돌려야 하고 집에 가서도 암흑 속에서 지낸다”며 “제발 절약할 전기라도 주고 말해라”라고 울분을 토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수 삐(가명·35) 씨는 “낮에는 발전기를 돌려서 에어컨을 켜야 하는데 기름값을 감당할 수가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잦은 정전으로 비싼 기름값까지 더해지니 폐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아웅 먀 민(가명·69) 씨는 “현재 양곤 전기 사정은 10년 전으로 돌아갔다”며 “차 대신 자전거를 타라고 하더니 이제는 국민들이 전기를 낭비해서 전기가 부족하다는 식의 망발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얀마는 총생산 전력의 60%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지하고 있어 건기에는 만성적으로 전기 부족 상태였다.
여기에 2021년 쿠데타로 해외 직접 투자가 거의 끊기고 경제정책 실패로 외환위기까지 닥쳤다. 화력발전에 필요한 천연액화가스(LNG) 수입에 난항을 겪으면서 전력난은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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