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신 섬긴 이집트 고대 무덤서 성체 악어 미라 열마리 나와

발굴 현장에서 드러난 악어 미라. [Patri Mora Riudavets, member of the Qubbat al-Haw? team, CC-BY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제공]

기원전 5세기 악어 두 종 추정…아마포 남지 않아 현장서 ‘악어’ 확인

이집트 나일강 서안의 쿠베트 엘-하와에서 발굴된 고대 무덤에서 대형 악어 10마리의 미라가 한꺼번에 나와 관심을 끌고있다.

악어 머리를 가진 신(神) ‘소베크'(Sobek)를 섬긴 고대 이집트인의 무덤에서 악어 미라가 출토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특한 점이 많아 학술지에까지 보고됐다.

‘벨기에 왕립 자연과학연구소’의 동물 고고학자 베아 데 쿠페레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 귀족과 사제의 공동묘지로 알려진 쿠베트 엘-하와의 무덤에서 악어 미라를 발견한 결과를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PLOS)이 발행하는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이 학술지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쿠베트 엘-하와의 한 석묘에서 발굴된 악어 미라는 머리 5개와 몸통 5개 등 총 10마리인 것으로 분석됐다.

몸통 5개는 보존 상태가 각각 다른데 이 중 하나는 2m가 넘는 길이로 거의 완벽한 상태로 발굴됐다.

고대 이집트 무덤서 완벽한 상태로 발굴된 악어 미라
고대 이집트 무덤서 완벽한 상태로 발굴된 악어 미라

[De Cupere et al., 2023, PLOS ONE, CC-BY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제공]

미라는 대개 수지(樹脂)를 바른 아마포로 감싼 상태로 발굴되는데, 악어를 감싼 아마포에서는 수지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마포는 거의 모두 곤충이 먹어치워 조각만 남은 상태였다.

고고학자들은 아마포에 둘러싸인 미라가 발견되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X선 등을 통해 내용물을 확인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발굴 현장에서 바로 악어 미라라는 점이 확인됐다.

이들 악어는 1.5∼3.5m 크기의 성체로 추정됐으며, 두개골 형태와 등딱지 배열 등을 볼 때 서아프리카악어(Crocodylus suchus)와 나일악어(Crocodylus niloticus) 등 두 종이 섞여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까지 발굴된 악어 미라는 갓 부화한 새끼이거나 성체가 되기 전 악어가 대부분이었다.

연구팀은 이들 악어 미라가 기원전 5세기 무렵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마포에 수지가 많이 활용되기 시작한 시점이 기원전 332년에 출범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부터라는 점과 기원전 5세기 무렵에 동물 미라가 인기를 끈 점, 내장적출 방식 등이 고려됐다.

하지만 미라 제작 시기를 정확히 알려면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미라 악어 종에 대한 유전자 분석 등과 함께 추후 연구과제로 남겨졌다.

논문 공동저자인 스페인 하엔대학의 이집트학자 알레한드로 히메네스 세라노 박사는 “이번 악어 미라 발굴은 고대 이집트 종교와 제물로 바친 동물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c)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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