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를 놓으며

장독대

송민후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팽팽하게 펼쳐진 마당에
바늘 끝이 이리저리 춤을 춘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서투른 바느질
손끝이 따갑도록 한땀한땀 채워간다

창가에 비스듬한 오후의 햇살

길을 가다 이 길이 아닌가 하여
다시 풀어낸 실 가닥
옥양목 하얀 수틀 위에
붉은 미소가 살아난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바르게 살라던 어머니

배냇저고리 반듯 반득 접고
예쁜 글씨로 이름 새기던 손길

손끝에 피를 흘리며
들쑥날쑥 서툰 바느질

내 어머니가 걸어가신 길

시작 노트 : 시어들의 궤적을 따라 수채화를 그려보면 어떨까? 먼저, 고향집 마당을 큼지막하게, 그리고 팽팽하도록 그려두면 사선으로 바지랑대에 걸린 긴 빨랫줄 지나가리라. 여기서 시인의 시가 시작된다. 옥양목, 배냇저고리,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데, 문득 다시 ‘풀어낸 실 가닥’이 생의 통점을 관통한다. 우리 삶도 ‘들쑥날쑥’ 할 때가 다반사고 ‘길을 가다 이 길이 아닌가 하여’여 머뭇거리기도. 그리하여 붉은 미소가 차마 아름다울 수밖에 없음을. 어머니가 걸어 온 길 위에 오늘은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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