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아세안에서 미 인태전략 한국판 선언… 중국 의존도 높은 아세안 전략필요

*프놈펜 韓-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아세안, 가장 중요한 인태전략 협력파트너”
*’한-아세안 연대 구상’도 제시…”2024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제안
*신남방정책 대신 미국의 인·태전략 맞춘 한국판… 중국 의존도 높은 아세안 호응 쉽지않아

한국정부가 11일 자유·평화·번영을 3대 비전으로 하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선언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지역에서 열린 다자외교 무대에서 독자적인 인태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께(현지시간) 동남아 순방 첫 방문지인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 “얼마 전 서울에서 비극적인 참사가 있었다”며 이태원 참사에 애도의 뜻을 보내준 아세안 정상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다”며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인도-태평양 시대에 살고 있다”며 “세계 인구의 65%,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전 세계 해상 운송의 절반이 이 지역을 지나간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우선 ‘보편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 원칙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되어선 안 된다”며 “규칙에 기반해 분쟁과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이 지켜지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핵 비확산, 대테러, 해양·사이버·보건 안보 분야에서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강화 방침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통해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임으로써 경제안보를 강화하고 협력적·포용적인 경제기술 생태계를 조성해 공동 번영을 달성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 디지털 격차, 보건 분야에 대한 적극적 ‘기여 외교’ 의지도 드러냈다.

인태 전략의 3대 비전으로는 자유·평화·번영을, 3대 협력원칙으로는 포용·신뢰·호혜를 각각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추진해 나가고자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협력을 목표로 하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과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며 “아세안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과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 AOIP)을 확고하게 지지하면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심화·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프놈펜=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1 

 

인태 전략의 핵심 방안으로 ‘한-아세안 연대 구상'(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 KASI)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 논의에서 한-아세안 외교당국 전략대화,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 정례화를 제안하면서 “이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 간 전략적 공조를 심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 퇴역함 양도·해양테러 대응 등 해양법 집행 분야의 협력 확대 ▲ 아세안 연합훈련 참여를 통한 해양안전 공조 강화 등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속도 및 규모를 감안할 때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에 대한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이 대립과 충돌이 아닌 평화와 공존의 길을 택할 수 있도록 아세안이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제 부분과 관련해선 디지털 통상협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을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아세안측 수요가 높은 전기차·배터리·디지털 분야의 협력을 적극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환경분야에서는 ▲ 한-아세안 메탄행동 파트너십 출범 ▲ 한-아세안 탄소중립 및 녹색전환 센터 설립 ▲ 한-아세안 대기오염 대응 사업 등을 제시했다. 백신·바이오 분야의 협력확대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관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24년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을 계기로 한-아세안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시키자”고 공식 제안했다.

이에 아세안 정상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CSP를 실현하기 위해 정상 차원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나가자”는 입장을 보였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우리나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특화한 지역외교 전략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 정부는 윤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과 원칙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성안해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남방정책 대신 미국의 인·태전략 맞춘 한국판… 중국 의존도 높은 아세안 호응 쉽지않아 

윤 대통령이 이처럼 미국의 인·태전략에 조응하는 전략을 내놨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 각국이 이에 호응하기는 쉽지 않다. 조코위 대통령도 중국과 아세안 협력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 역시 중국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주창하고, 경제통상 협력 중심으로 아세안과 접촉하며 미국의 인·태전략에는 어느정도 거리를 뒀던 배경이다.

미·중 전략경쟁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IPS: Indo-Pacific Strategy)과 중국의 일대일로구상(BRI: Belt and Road Initiative) 간의 갈등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고 한국전략문제연구소는 지난 2021년 7월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두 전략의 충돌 지점을 파악하는 것은 한국의 외교안보적 대응 방안을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충돌이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으로 이미 다양한 형태의 군사적·경제적 갈등이 시작되고 있으며, 격화될 가능성이 있어 한국은 사안별 충돌 양상을 파악하여 맞춤형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언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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