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와 미얀마 일대 취업 사기에 유인된 자국민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말레이시아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정부가 취업사기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모든 통로를 가동해 피해자의 귀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들에게도 해외 취업 제안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최근 한 말레이시아 20대 남성이 온라인으로 이어진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태국으로 향했다가 미얀마에서 강제노동으로 내몰린 뒤, 태국에서 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지난 1월 태국으로 간 뒤 지난 5월 11일 태국 매솟에서 숨졌다.
매솟은 미얀마와 접한 국경지대로, 건너편엔 미얀마 카지노가 있다. 그의 가족들은 지난달 30일에야 그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으며 지난주 화장했다. 이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향한 공분이 일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SCMP는 그의 사인이 구타와 가혹행위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취업사기나 로맨스스캠으로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청년들을 꼬여내 인신매매로 강제노동을 시키는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주로 중국 갱단이 운영하며, 피해자들에게 소셜미디어로 접근해 고임금 일자리를 약속하며 꾀어내는 방식이다. 탈출하거나 몸값을 내고 풀려난 이들의 증언이 이어지며 각국 정부가 구출과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2일 기준 말레이시아인 피해자가 195명이라고 발표했다. 시민단체 말레이시아국제인도주의조직은 지난 19일 총리 공관 인근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와도 협력해 취업사기를 근절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경찰과 인터폴의 노력은 소용이 없다.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무역 협상도 잊어버리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취업사기의 근원지로 꼽히는 캄보디아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으로, 다음달 초 아세안 회담을 앞두고 있다. 억류된 말레이시아 국민들을 지원해온 심촌시앙 주의원은 “캄보디아가 시하누크빌 쪽의 인신매매를 소탕하느라 분주하지만, 이런 단체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새로 이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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