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에도 할랄 인증을? 코웨이의 시장 공략법

“직원분들이 트렌드를 빨리 캐치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특히 해외 상품의 경우 현지별 특성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해외 박람회도 가시고, 발빠르게 움직이신다.”

회사 관계자로서 으레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웨이가 말레이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정수기 업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거다’ 싶었다. 식품회사에서 주로 받는 할랄 인증을 12년 전에 받았다니. 코웨이만의 패기가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할랄이란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서 ‘신이 허용한 것’이라는 뜻으로 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는 재화를 총칭한다.

코웨이에 따르면 2006년 말레이시아에 법인을 설립한 당사는 어떤 방법으로 현지를 공략해야 할지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 정수기 업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추진하게 됐다. 마시는 물도 결국 식품이라는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나온 아이디어였다.

물론 지금은 코웨이 성공 사례 이후 정수기 수출 기업 대부분이 할랄 인증을 받고 있지만 당시에는 정수기에 할랄 인증을 받은 사례가 없어 인증기관 담당자가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오랜 고민 덕분이었을까?
코웨이의 현지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신앙심이 깊은 무슬림들에게 할랄 인증이 영향을 끼친 것이다. 코웨이 정수기는 할랄 인증을 받은 후 판매량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 210억원 수준이었던 정수기 매출액은 2015년 980억원 수준까지 껑충 뛰었다.

그 기세를 탄 코웨이는 2015년부터 정수기 이외에도 매트리스, 공기청정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했다. 그 결과 코웨이는 말레이시아에서 그야말로 업계 1위이자 ‘국민기업’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내 코웨이 정수기 인지도는 약 94%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는 코웨이 이름을 내걸고 말레이시아에서 마라톤까지 개최할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마라톤을 주최하는 것과 비슷한 행보다.

실적도 상당하다. 말레이시아 법인 매출은 2020년 7085억원, 2021년 9802억원을 기록했다. 한 해 사이 성장률만 38%가 넘었다. 심지어 국내 증권업계는 올해 말레이시아 법인 매출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무엇보다 인기 있는 제품은 ‘옴박 정수기’다. 차를 즐겨 마시는 동남아시아 문화를 반영해 온수 전용 출수구와 6단 맞춤 온수 시스템이 특징인 제품인데,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콤팩트한 정수기와 달리 크기가 크다는 게 특징이다. 과시를 중시하는 현지 문화의 디자인 정서가 적절히 반영됐다는 평이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7년에는 아마존과 협력해 공기청정기에 아마존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에어메가’를 선보였다. 이는 아마존에서 먼저 제안한 내용으로, 세계 최초로 알렉사와 연동된 공기청정기를 출시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는 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이달 미국 주요 일간지 뉴욕타임스 소비자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가 선정한 ‘최고의 공기청정기’ 평가에서 코웨이 공기청정기는 무려 1위와 2위에 동시에 올랐다.

코웨이는 2015년 이후 와이어커터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으며, 아마존에서 인기 있는 에어메가 상품은 11일 기준 리뷰 수가 1만7700개가 넘을 정도로 많은 소비자가 찾는 것으로 파악됐다. 후기도 5점 만점에 4.7점으로 매우 긍정적인 편이다.

코웨이 미국법인의 지난해 매출액 역시 16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성장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78억원이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나 대형 마트 채널에서 판매량이 많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코웨이는 중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네덜란드 등지에서도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경우 말레이시아와 인접하고 소비 트렌드도 유사하기 때문에 코웨이가 눈여겨 보는 시장이다.

이러한 동남아시아 등지에서의 강세는 코웨이가 방탄소년단(BTS)을 광고모델로 삼은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팬덤을 거느린 케이팝 그룹도 다름 아닌 BTS다. 코웨이는 BTS를 좋아하는 지금의 10대, 20대가 코웨이를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홍보활동에 열심을 기울이고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나라마다 문화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유통 채널이나 디자인, 제품의 기능까지도 시장별로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초슬림, 초소형을 원하지만, 동남아는 아직 큰 걸 좋아하는 분위기다. 또 단순 판매보다 사람이 방문해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좋아해 방문판매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는 누군가 방문해서 관리하기보다는 필터를 배송하면 본인이 직접 교체하는 쪽을 선호해 비대면 판매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미국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의 매출액 절대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코웨이가 나아갈 길은 아직도 한참이다. 더구나 경쟁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그러나 깨끗한 환경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소비자의 삶의 질 전반을 향상시킨다는 코웨이의 자부심은 지금도 세계 어딘가로 뻗어가고 있고, 그 비전은 다음의 말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베스트 라이프 솔루션’
이러한 고객 우선의 비전을 근간으로, 25년여 전 업계 최초로 렌탈 서비스를 도입했던 코웨이의 혁신성은 최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만나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다. 다양한 데이터 및 패턴 분석을 통해 환경 맞춤형,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며 지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업계 최대의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갖추고, 오늘도 그 안에서 물과 공기 질, 수면 패턴,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 예방 등을 연구하며 환경가전 제품 개발에 노력하는 연구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거기에 주기적으로 고객을 방문해 제품을 점검하고 케어하는 코디와 코닥의 숨은 노력까지.
향후 코웨이가 뻗어갈 시장은 그 잠재성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2020년 최대 주주가 기존 사모펀드에서 넷마블로 바뀐 뒤로는 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도 크게 확보했다는 평이다.

한때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업의 부침을 겪었지만 그 어려움을 딛고 일어났듯, 장차 코웨이가 어디로 얼마나 뻗어갈지 그 걸음에 자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updow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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