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료품 가격, 아시아서 가장 비싸다”… 바나나 사과 오렌지는 세계 1위

우크라이나 사태와 물류대란 등으로 국제 식품 가격이 연일 들썩이는 가운데 한국의 식료품 가격이 139개국 중 4번째로 비싸다는 통계가 나왔다.

실제 소비량은 줄었는데도 소비자가 먹거리에 투자하는 비용만 늘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가 집계한 ‘2022년 식료품 물가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가격은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에서는 버뮤다와 스위스, 노르웨이에 이어 4번째를 기록했다.

넘베오는 과일과 고기, 채소, 쌀 등 19개 식료품 가격을 기준으로 물가지수를 산출한다. 조사 결과 한국은 바나나·사과·오렌지·토마토 같은 과일류와 감자 가격이 세계 1위, 소고기와 쌀 가격이 세계 3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 물가가 상승한 까닭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이 한데 엉켜 작용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후 세계 각국 정부의 과도한 지출과 완화된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 점도 있지만, 국제 물류대란과 수급 불안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한시적 중단, 인도의 밀 수출 중단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가 지출을 늘려도 실제로 소비한 규모는 줄었다는 데 있다.

한국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에 월평균 38만8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9% 늘어난 금액이다.

반면 이 기간 물가를 고려한 실질 지출 금액은 3.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출하는 금액은 늘었는데 물가 변동을 제외하면 실제 소비 규모는 줄었다는 의미다. 예컨대 1년 전 3000원에 2개를 살 수 있었던 식품을 올해는 4000원을 주고도 1개만 소비했다는 식이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물가가 다른 재화·서비스보다 가격 상승 폭이 크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1분기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4.1% 상승했다. 이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은 3.8%를 기록했다. 식품업계에서는 특히 밀·식용유·곡물용 사료 등과 관련, 가격 상승 요인이 여전하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식용유의 경우 인도네시아가 23일부터 팜유 수출을 재개하기로 해 시장의 불안 심리를 해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수입산 의존도가 높은 밀과 곡물용 사료 가격은 좀처럼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곡물용 사료가 오르면 육류 가격도 오르고, 그 성분을 사용한 가공품이나 반려동물 사료까지 따라오르는 식”이라며 “하나만 가격이 올라도 파생되는 상품(식품)들은 모두 영향을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식용유의 경우에는 국내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산보다 말레이시아산을 많이 들여와 다행히 큰 파장은 없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면 밀가루 가격이 오르기 쉽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