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데믹’과 ‘팬데믹’, ‘엔데믹’ 차이는 뭘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를 유지하면서 이대로 엔데믹(풍토화)이 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는 빠르게 늘어나도 증상이 가볍고 치명률이 낮아져 일상회복이 가능해진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점차 작아지고 중환자와 사망자 수도 줄고 있지만 아직까지 엔데믹을 말하기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아직까지 팬데믹(대유행)이다. 팬데믹은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 세계에 병원체가 널리 퍼져 있다고 해서 모두 팬데믹으로 보지는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의 확산과 치명적인 수준을 보고 여섯 단계의 경보 단계를 설정하는데, 가장 높은 6단계가 바로 팬데믹이다.

WHO는 코로나19의 경우 2020년 1월 먼저 이보다 아래 단계인 ‘에피데믹(국지적 유행)’으로 선포했다. 에피데믹은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감염병을 말한다.

2002년 중국과 홍콩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와 2012년 이후 중동 지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바이러스감염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첫 발원지인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유행하는 감염병으로 생각돼 에피데믹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퍼지면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자 WHO는 그해 3월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선포했다.

에피데믹이었던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선포됐다는 것은 특정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그 감염병이 전파됐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WHO가 팬데믹으로 선포한 감염병은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그리고 코로나19 총 3개 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교통기관의 발달로 어느 나라든 하루 안에 갈 수 있게 되면서 코로나19가 빠르게 대유행했다고 분석했다. 팬데믹으로 선포된 감염병은 전세계적으로 병원체가 얼마나 빨리 전파되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전세계적인 관점에서 모니터링한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지 2년이 훌쩍 넘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신규 확진 규모가 축소하고 치명률도 낮아졌다. 현재 우세화한 오미크론 변이가 이전 우세종인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은 2~5배 빠르지만 치명률은 4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오미크론 변이 중에서도 기존 BA.1보다 전파력이 2배가량 더 빠른 BA.2(스텔스오미크론)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이 역시 치명률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변이와 델타변이의 혼종들도 여럿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델타 변이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치명력을 가진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 유럽 등 일부 국가들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 제한 등 방역조치를 일부 또는 전부 해제하며 일상회복을 시작하고 있다. 사실상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코로나19가 엔데믹이 된다는 말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풍토화한다는 얘기다. 일반 감기나 계절 독감처럼 변이가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수많은 사람이 감염되더라고 치명률이 낮다는 뜻이다.

하지만 언제쯤 엔데믹이 될지 명확한 시점을 알기는 어렵다. 코로나19가 엔데믹이 되더라도 바이러스가 영원히 사라지는 종식은 불가능하다. 오미크론 이후에도 코로나19 변이는 수없이 발생할 것이고, 향후 새로운 변이의 전파력이나 치명력 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어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현재 엔데믹을 팬데믹에 대한 대조의 의미로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며 “특별한 방역관리체계를 두지 않고 계절적으로 또는 특이한 조건에서만 나타나는 다른 감염병처럼 대응하는 것을 엔데믹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손 반장은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정도까지 완전히 일상적인 대응체계로 전환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며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엔데믹 선언을 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고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 이후 새로운 변이의 특성에 따라 거리두기를 다시 복원하거나 강화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현재 어떤 변이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알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어젠다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의 마지막 변이가 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코로나19 종식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엔데믹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속 존재하지만 사회·경제체계에 차질을 빚게 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그때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조치가 모두 사라지고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의 사회로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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