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최고의 투자처’로 각광 받았던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SPAC 고평가 논란, 미국 당국의 조사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SPAC은 비상장사와 합병하는 게 최종 목적인 페이퍼컴퍼니로 증시에서 주식처럼 거래된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 대표 여행 플랫폼 ‘트레블로카(traveloka)’가 미국 SPAC을 통한 상장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트레블로카는 SPAC 대신 뉴욕 증시 직상장(IPO)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블로카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대표하는 여행 플랫폼이다. 익스피디아, 아고다, 트립닷컴 등과 유사하지만 동남아에 특화된 게 장점으로 꼽힌다. 여행객들은 트레블로카 앱을 통해 항공권, 숙박, 현지체험 상품 등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다. 트레블로카의 기업 가치는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 정도로 평가 받았다. 트레블로카는 지난 4월부터 브릿지타운(Bridgetown) SPAC과 합병을 통한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
트레블로카가 직상장을 택한 것은 SPAC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감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SPAC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최고의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올해 전 세계 IPO 투자액 4610억달러(약 533조원) 중 1310억달러(약 152조원)이 SPAC에 투자될 정도였다. 하지만 “일부 SPAC이 사업 실체가 불분명한 비상장사와 합병해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3월 SPAC 상장 업무를 맡은 투자은행(IB)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SPAC 인기가 꺾인 배경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