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우버’ 그랩(Grab)이 추진 중인 미국 증시 상장이 오는 4분기로 밀렸다. 미국 증권법에 따른 이전 회계연도의 재무감사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0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그랩은 4분기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알터미터그로쓰(Altimeter Growth Corp)와의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애초 7월 완료가 목표였는데 일정이 미뤄지게 됐다.
그랩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라 규제 기관과 협의해 2018~2020년 회계연도에 대한 재무감사를 진행 중”이라며 “해당 기간 재무 상태에 대한 추가 검토와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랩은 지난 3월부터 미국 투자회사 알터미터캐피탈(Altimeter Capital Management)과 스팩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합병 기업의 가치는 최대 400억 달러(약 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로 출발한 기업이다. 배달 서비스는 물론 금융, 결제, 쇼핑, 예약, 보험 가입 등을 망라한 종합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랩은 당초 동남아 양대 차량호출 플랫폼인 인도네시아 고젝과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서 기업공개(IPO)로 방향을 바꿨다.
그랩의 상장 추진으로 이 회사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이 최대 3배에 달하는 투자 대박을 터트릴 것으로 기대된다.
SK㈜는 지난 2018년 이 회사에 2억3000만 달러(약 2570억원)를 투자했다. 실제 그랩 상장이 완료되면 SK의 지분 가치는 5억4000만 달러(약 6030억원)로 2.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그랩에 2억7500만 달러(약 3070억원)를 투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네이버는 공동 조성한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 펀드를 통해 1억5000만 달러(약 1680억원)를 투자했다. 이들 역시 2~3배 투자 수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