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희/ JIS 9
코로나 19로 인해 가정폭력, 특히 여성과 아이에 관한 폭행 사례가 급증했다. 인도네시아 여성 정의 협회의 법률 구조재단 (The Legal Aid Foundation of the Indonesian Women’s Association for Justice, 이하 LBH APIK)의 보고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1,178건의 여성과 아이를 대상으로 한 폭행 사례가 일어났다. 이는 2019년의 794건과 2018년의 837건에 비해 엄청나게 오른 수치다. 1,178 건 중 1,080건이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코로나 19에 대해 대처를 하기 시작한 3월부터 일어난 사건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정폭력을 증가시켰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CNN은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인 고립에서 온 스트레스의 증가가 가정폭력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집합 금지령으로 인한 종교적인 모임에 대한 제재와 종교적 네트워크의 상실은 사람들의 스트레스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인도네시아 여성 폭력 전국 위원회 (Komnas Prempuan)의 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에 가장 취약한 여성은 월 소득 5백만 루피아 미만이고, 노점상 등 비공식경제 업계에서 일하며, 3명 이상의 아이가 있고, 코로나 19로 인해 가장 심하게 피해를 본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취약계층 여성 응답자의 10% 미만 만이 당국에 가정폭력 사례를 보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코로나 19로 인한 가정폭력 증가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가정폭력을 당했을 때 적극적으로 신고를 하는 경향이 있어 정부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취약계층 여성 응답자의 69%가 법적 도움을 받는 방법조차 모른다고 답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례보다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가정폭력 사례들이 더욱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의 대부분이 이슬람교인 인도네시아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종교적 사상으로 인해 여성들이 가정폭력 신고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여성 취약계층은 가해자와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가정폭력 신고는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영국 BBC 역시 ‘개발도상국은 오히려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듯 인도네시아의 가정폭력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2016년부터 발의된 성폭행 근절 법안은 지난해에도 또 한 번 시행이 늦춰졌다. 정부의 불만족스러운 대처는 인도네시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인권 단체들이 가정폭력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 대신 힘쓰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핫라인(hotline)이 늘어나고 있다. 가정폭력 문제는 팬데믹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깨닫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코로나 19라는 팬데믹 상황은 오히려 인류가 성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