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과 ‘외국어 전사법’

우리말 톺아보기 

김문오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장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서, 국어에 널리 쓰이는 단어는 ‘외래어’로, 국어에 널리 쓰이지 않는 단어는 ‘외국어’로 구분한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어에서 들어온 말을 한글로 체계적으로 적음으로써 우리말 사용자가 의사소통을 할 때에 불편함이 없도록 마련된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커피숍, 커피숖, 커피샵, 커피샾’처럼 여러 개의 표기가 혼란스럽게 쓰이면 말글살이에서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커피숍’으로 표기하도록 규칙을 정한 것이다. 반면에 ‘외국어 전사법’은 국제음성기호(IPA)나 특정 글자 따위로 외국어의 말소리를 옮겨 적는 방법을 말한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이니까 소실 문자 복원이나 문자 조합 같은 방식을 동원하면 외국어의 모든 발음을 한글로 완전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외국어 발음에는 강세, 장단, 억양도 의미 변별에 중요한 작용을 하므로 ‘오렌지’를 ‘어륀지’로 적는다고 해서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발음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한글이 과학적 문자지만, 외국어의 모든 발음을 온전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우리말에 없는 모든 외국어의 발음을 표현하기 위하여 새 표기 방식을 도입한다면 온 국민이 익혀야 할 표기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므로, 교육, 인쇄, 출판 등의 분야에서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등 언어생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은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원활한 국어 생활을 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지, 한글을 외국어의 발음 부호처럼 써서 외국어 발음을 충실히 옮겨 적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