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평가 기업 무디스(Moody’s)가 올해 미국 의류 리테일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을 내놓았다. 불과 6개월 전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어닝 쇼크(Earning shock, 기업의 예상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저조한 경우 주가에 충격을 주는 현상)’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던 전망을 뒤엎은 셈이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장기간의 매장 휴업, 재고 처리를 위한 할인 판매, 소비자들의 수요 위축 등이 겹쳐 미국 의류 리테일러들의 올해 EBIDTA(세금, 이자, 감각상각 이전 이익금)가 50%에서 100% 이상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이 같은 어닝 쇼크는 2021년까지 이어져 내년 이익금도 지난해 수준보다 15~35%, 매출도 5~10%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무디스는 자신들의 전망을 뒤엎고 경기 회복세를 점쳤다. 미주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무디스의 ‘2021 전망 보고서(2021 Outlook)’에 따르면 의류, 신발 리테일러들의 2020년 이익금은 전년대비 50~60% 줄었지만 올해는 하반기 회복세에 힘입어 70~9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회복 요인으로는 미국 의류, 신발 리테일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외 판매 강세가 예상되고 리테일러들의 매출 성장과 더불어 원가 절감, 적정 재고 관리 노력 성과를 꼽았다. 또한 리테일러들의 할인 판매 축소와 제값 받기 노력도 높이 평가했다.
유통채널별로는 올해 ▲Macy’s, Nordstrom, Kohl’s 등의 백화점 영업이익(12억달러)은 전년대비 516% ▲TJX, Ross store 등 오프프라이스(49억달러)는 489% ▲Tapestry, Gap inc., L Brands 등 의류, 신발 소매업(32억달러)은 114% ▲전문점(Specialty)은 44%(745억달러)로 각각 개선(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백화점, 할인 체인점 등의 개선 폭이 높은 것은 2020년 실적이 워낙 저조했던 것에 대한 반등 때문이다. 즉 기저효과가 반영된 전망치라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 따른 캐주얼 트렌드와 온라인 판매의 가속, 더불어 건강 생활 트렌드 요인으로 VF corporation, Wolverine World wide 등의 실적 호조를 점쳤다. 다만 워크웨어와 포멀 의류는 여전히 고전이 예상되지만 PVH corp.나 G-lll Apparel Group 등은 상품 다양화 노력을 통해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은 불가능
“의류 리테일업계, 지속가능 및 윤리 경영에 노력 기울여야”
무디스는 핑크빛 전망고 함께 미국 백화점 등 의류 리테일의 향후 진로가 순탄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상반된 입장도 내놓았다. 특히 의류 리테일업체들의 비용 절감 노력과 옴니채널 서비스 확대 및 도입, 그리고 급속한 디지털 전화 등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가치 있는 전략으로 평가하면서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완벽하게 되돌아갈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온라인 매출의 경우 총소매판매 비율이 향후 5년 동안 25% 이상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보고서는 “비록 온라인으로의 전환으로 인한 의류 리테일들이 이윤 압박에 시달리겠지만 대신 가격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과 확보하기 위해 가격 경쟁을 높일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으로 기대처럼 빠르게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경제 회복이 여전히 미약하고 실업률이 높은 상황인 점을 감안해 몇 분기 동안은 정상화되어 가는 과정을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무디스는 경제 불확실성의 원인 중 하나로 미국 연방정부의 추가 부양책 부재를 꼽았다.(다만 동 보고서 작성 시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재난지원금 결정이 나기 이전에 작성됐음을 감안해야 한다.)
“연방정부의 6월 이후 추가적인 코로나 관련 경제 부양책이 없든데다 전례 없는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나름의 회복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부양책 부재는 해 경기 회복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재정적으로 취약한 소매업체들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힐 뿐 아니라 저금리가 부채 상환 능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
여기에 기업들의 부채 증가도 우려스러운 수준.
무디스는 “최근 몇 달 동안 몇몇 업체들이 유동성을 높이면서 부채가 늘어났다”면서 “‘재무 레버리지(부채로 인한 손익 확대 효과, Financial reverage)’가 크게 증가한 만큼 많은 기업들은 등급 유지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순차적인 개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출 회복세에도 전년보다 더 많은 매장 폐점
이 같은 매출 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전년보다 더 많은 매장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일부 소매업체의 경우 별다른 수익성 없이도 매장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면서 “미국 소매점 수는 너무 많고 1인당 쇼핑몰 공간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더 많은데다 미국인들의 갑작스러운 쇼핑습관의 변화는 결국 더 많은 매장들이 문을 닫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분석가들은 “소비자들이 환경 및 지속가능성 문제, 노동자 처우(개선), 데이터 보호 및 책임 있는 제품 소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이러한 요소들이 부정적인 신용 압박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점차 시간이 경과하면서 기업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의류 소매업체들이 상품 구성과 판매 채널을 조정하는 노력을 기울고 있지만 동시에 지속가능성 및 윤리와 같은 문제에 소비자들의 더 관심이 높아지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