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한국으로부터 온지 어제로 꼭 열흘이 되었다.
“답답하죠? 이제 며칠만 더 참아요.” 내가 할 말을 오히려 나를 보고 한다. 아마 스스로에게 이르는 주문(呪文)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피식 속으로 웃었다.
자카르타 온 후, 누가 강제한 것이 아닌데, 스스로 2주간 자가격리를 선택하겠다고 해서 아파트에 칩거하면서, 친구 부부가 입성(入城) 환영 식사를 하자고 하는 것도 미루고 있다. 하긴 그래서 나도 외출을 자제하게 되었다.
아파트 꼭대기 29층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하다 만난 입주자 영국 친구가 자기는 홍콩에서 왔다고 한다.
“도대체 홍콩은 어떻게 되는 거지?’’ 물었더니, “도대체 세상은 어떻게 되는데?” 반문하면서 웃는다.
“그렇군”, 씁쓸하게 나도 동조했다. 엊그제까지도 폭스 TV 보면 미국 사람들은 우한 폐렴 무관하게, 한참 시즌 막바지인 미식축구에 열 올리고, 시즌 오픈하려는 MLB 시범 경기에 열광하고 있었는데, 요 며칠 사이에 자국과 유럽에 바이러스 확진자가 부쩍 늘어나면서 유럽부터의 입국을 차단하고, 비상사태 선포까지 감행하는 형편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남의 나라 걱정할 주제가 아니다. 경제가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던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발 코로나 바이러스 변을 당한 우리는, 나라가 중국몽(中國夢) 세력에게 장악 당한 때문인가, 변변히 저들을 차단도 못 해보고 마스크 대란이니, 지역 단위 오염이니,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 되어버린 듯 보인다.
최근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한다고 정신승리를 하는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코리아 포비아 현상이 매일 같이 늘어나 한국 국적자는 거의 해외 여행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도 되고 있어, 아침이면 뉴스 보기가 두렵다.
매일 국격(國格) 떨어지는 소리가 가슴에 쿵쿵. 얼마나 어렵게 쌓아 올린 국격인데… 88 올림픽 때는 단군 할아버지 개천(開天) 이래 처음 중국인들의 부러움과 시새움까지 받았었다. 우리 세대는 적어도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지 않겠나? 한숨 사이로 불만을 토해 본다.
그 한탄의 장막 사이로 불어온 아주 작은 한 줄기 청량한 바람도 있었다.
‘대구의 품격’
조선일보 칼럼 ‘만물상’은 ABC 방송 이안 파넬 기자의 보도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제목을 뽑았다.
‘도시가 마치 동면하듯 조용히 숨 쉬고 있다’라고 표현한 이동훈 칼럼 마지막 대목을 인용한다.
“경증 환자는 ‘나는 그나마 낫다’며 자발적으로 병실을 양보한다. 서로 이기심을 내려놓는다. ‘사람의 인격’이란 오히려 위기에서 드러나듯 ‘도시의 품격’ 또한 극한 상황에서 확인된다.
카뮈는 재앙에 맞서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했다. 현실에서 그것을 체감할 수 있는 곳이 지금 대구다. 품격 있게 바이러스와 싸우는 대구는 결국 승리할 것이다.”
신뢰성(信賴性)과 신뢰에 기초한 리더십을 ‘자기리더십(Self Leadership)’과 ‘인간관계리더십(Interpersonal Leadership)’으로 나누는 구분법도 있다.
외신 기자가 대구를 방문하며 기대했을 우한[武漢] 닮은 공황(恐慌), 바리케이드 쳐진 삭막한 불신(不信)의 유령도시와 대비할 때, 대구 시민이 보인 ‘절제와 고요’의 차분한 질서는 어쩌면 더 큰 공의적(公義的) 분노를 내면에 축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분명히 이를 자유시민 개개인의 ‘자기리더십’으로 통제한 것이었다.
스티븐 코비 박사는 인간에게는 자아의식, 상상력, 양심, 독립의지 이렇게 천부(天賦)의 네 가지 능력이 있다고 하면서, ‘자기리더십’은 아래의 세 가지 원칙 위에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내 삶은 내가 선택한다’는 주도성(Proactivity), ‘내가 선택한 삶은 이것이다!’라는 소명(召命) 의식, 그리고 ‘소중한 것부터 먼저 실행하여 내가 선택한 이 삶을 낭비 없이 완성하겠다’는 가치관에 기초한 우선순위 설정과 실행, 이렇게 셋을 자기리더십의 원칙이자 ‘개인의 승리’라고 정의했다.
ABC 기자 이안 파넬은 취재 말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대구의 한 병원을 이끄는 리더, 조치흠 박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나는 이 병원이 대구 시민을 구하는 노아의 방주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의사, 간호원, 장비, 모든 것이 필요하지만, 이 병은 결단코 싸워 이길 수 있는 병입니다.”
조 박사가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24시간 감염자 치료를 위한 사투(死鬪)의 현장으로 돌아가면서 기자에게 남겼던 말이다.
의료인이자 리더로서 그가 보여준 ‘자기리더십’을 진심으로 우러러 보게 된다.
코칭의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코칭의 많은 부분은 ‘소통’과 ‘인간관계리더십’을 다루게 되지만, 그 근저에는 ‘자기리더십’의 기반이 되는 존재와의 접촉, ‘Being’의 이슈가 있음을 작금의 대구 상황, ‘코로나바이러스19’와의 냉엄한 결전(決戰) 사례를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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