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경제 성장이 꺾이자 해당 지역 기업들이 인수합병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30일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시장조사업체 달로직의 통계를 인용해 올해(지난 16일 기준) 동남아시아에서 총 67건의 인수합병이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거래가치는 총 96억 달러(약 11조1293억 원)로 지난해와 견줘 3배에 달했다. 평균 거래규모는 1억4400만 달러(약 1669억 원)으로 10년 이래 가장 많았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인수합병을 주도하고 있다. 방콕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와 인도네시아 뻐르마타은행을 인수하는 계약을 최근 맺었다. 경쟁사인 일본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 싱가포르 개발은행, 중국 화교은행 등을 따돌린 방콕은행은 뻐르마타은행 지분 89%를 26억7000만 달러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태국이 외국의 상업은행을 인수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방콕은행 측은 태국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인수 합병을 했다고 설명했다. 샤티리 소폰파니티 방콕은행 사장은 “금융기관 대표로서 태국 바깥에서 직접 투자를 하게 돼 기쁘다”고 환영했다.
태국 국영 석유공사(PTT)는 올해 초 미국에 본사를 둔 머피오일의 말레이시아 사업을 21억 달러에 인수했다. 또 다른 태국 기업 시암 시멘트는 지난 5월 인도네시아 한 종이 포장 회사의 지분 55%를 사들였다. 파비다 파나논드 탐마삿대학교 부교수는 “태국 경제가 성숙해지면서 성장률은 둔화될 것”이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 내수포화, 외국인 투지촉진책, 바트화 강세 등 거시 경제요인은 태국 기업들의 해외투자 움직임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3분기 태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4% 증가해 주변 국가보다 저조했다. 같은 기간 국가별 GDP는 △베트남 7.3% △필리핀 6.2% △인도네시아 5% △말레이시아 4.4% 등으로 나타났다. 태국 외 동남아 국가에서도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필리핀 대기업인 아얄라는 지난달 미얀마 투자금융회사인 요마 그룹 지분 20%을 2억375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인도네시아 차량공유 스타트업 고젝은 지난 1월 필리핀 모바일 결제 업체인 코인스를 7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차량공유 스타트업인 그랩, 고젝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이나 기술을 빠르게 인수하려는 동남아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저스틴 탕 싱가포르 유나이티드 퍼스트 파트너스 아시아 리서치 본부장은 “내년에도 동남아 국가들 간 기업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sia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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