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재일민단 같은 교민단체가 있다면?

한미간 거듭되는 무역마찰...민간가교 역할 절실한 시점

글.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미국에도 재일민단 같은 조직이 있다면? 최근 미국발 뉴스를 접하면서 얼핏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미국에서 나오는 뉴스를 접하면 실망과 안타까움, 허탈감이 느껴진다.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래 한미관계는 크게 바뀌었다. 미국은 과거 자유세계 리더로 주변국들에게 베푸는 나라의 이미지였다. 또 미국적 세계 질서를 인정하면, 미국으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으면서 ‘자유시장경제’의 가치를 키워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이 국익을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라 한국은 ‘달라진 미국’과의 ‘관계 조정용’ 협상테이블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미FTA 협상도 ‘조정’해서 철강 등의 대미 수출쿼터를 대폭 줄였다. 철강에 대해 25% 폭탄 관세 부과를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수출물량을 30% 줄일 거냐 하는 단 두가지의 선택지를 놓고 한국은 수출감소를 선택했다.

그런데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미 상무부가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75%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번역서류에 ‘미국 세관’이라는 글자를 누락했기 때문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이유였다. 과거 같으면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물에 빠져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미주동포들을 떠올려 봤다. 미국에는 250만명의 동포가 살고 있다. LA, 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에 100만명, 뉴욕과 워싱턴에도 각기 30만명을 헤아린다. 아틀란타 달라스 시카고 시애틀에도 각기 10-20만명이 산다.

미주동포 1.5세나 2세들로 두각을 나타내는 이도 많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미주동포 1세들은 힘들게 일하면서도 자식들을 공들여 키웠다. 이들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동포사회 미래에 새로운 빛이 되고 있다.

한미간 새로운 시기에 이들 동포들이 힘이 돼 거들어줄 여지는 없을까? 그간 미주동포들은 다양한 단체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해왔다. 한인회나 상공인회처럼 자생적인 단체, 민주평통처럼 한국 정부가 만들어준 네트워크도 있다. 태권도사범들의 미국 정관계 네트워크도 대단하다.

직능별 단체들도 많다. 재미과학자들의 모임, 한글학교 선생님들의 모임도 있다. 뷰티서플라이업종은 한인사회가 미국 전체의 70-80%를 차지하고 있고, 세탁업 식품 등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다.

이처럼 단체들이 있고, 실력도 있는데 어떻게 해서 한국이 곤혹스런 미국발 뉴스만 이어지고 있을까? 혹 미주한인사회의 힘을 모아낼 리더십이 없어서가 아닐까? 미국에서 황당한 결정에 항의하고, 형평을 잃을 때 따지는 리더십이 없어서가 아닐까? 혹시 일본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우리 동포로 된 재일민단이 가만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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