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 승

손은희의 무지개 단상(14)

가까운 친척 중 한국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부부가 있다.

지난번 한국에 가니 교사 생활하기 정말 힘든 세상이라고 푸념을 하며 요즘은 교사가 학생에게 야단 한번 잘못 쳤다가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봉변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학생이 잘못을 해도 그것에 대해 야단치기가 무섭다고 했다. 본인도 실제로 학생의 작은 잘못을 타일렀다가 학생이 욕을 하는 바람에 너무나 놀라고 가슴이 아팠는데 그 후부터 교사생활에 대한 회의가 든다고 고백했다.

요즘 한국 신문이나 방송 등에 나오는 교권침해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사회에서의 교권추락은 끝 모르고 계속 되는 것 같다. 아니 해가 바뀔수록 교권추락의 가속도가 붙는 것 같다. 교사에 대한 학생, 학부모들의 폭언, 폭행의 수준은 갈수록 심각해져가서 이 문제로 인해 정든 학교현장을 떠나는, 명예퇴직교사의 수가 해가 바뀔수록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교권이 살아야 공교육이 살아나고 교육자가 존경받아야 그 사회는 희망이 있다’고 교권의 중요성을 외치는 주장은 난무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한 가지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닌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빚어지는 문제라 대안도 쉽지 않아 보이기에 더 안타깝다.

인터넷에서 교권침해사례들을 살펴보며 이런 착잡한 생각에 잠겨있는 내게 초등학교 4학년에 갓 올라간 아들이 오늘은 새 담임선생님에 대한 자랑을 하며 이제 더 열심히 공부할 거라고 종알거리고 있다. 그러다 선생님의 말씀과 동작 중 재미있었던 것을 흉내를 내며 깔깔거리기도 하고 칭찬받은 이야기를 하며 하늘을 날듯 환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파란 하늘을 나는 형형색색 예쁜 풍선처럼 새 학년이 될 때마다 부풀어 오르는 아이의 꿈과 새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뜬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교권이 땅에 추락했다고 한탄하는 세상이지만 아직 이곳 아이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선생님이 마음의 큰 우상이라는 것을 느낀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던지는 격려와 칭찬한마디 말로 아이의 눈이 반짝이고 자신감이 불쑥 솟고 그 가슴에 미래에 대한 꿈이 꿈틀거린다면 아이에게 선생님은 아직 하늘같은 존재라는 것, 선생님이 따끔히 던지는 한마디 꾸중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보다 더 나아지려 노력하는 마음을 아이가 갖는다면 아직도 선생님은 아이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태산처럼 큰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아무 그림도 아직 그려지지 않은 하얀. 스케치북처럼 순수한 아이들의 가슴에 한마디 말로 푸른 꿈의 새싹을 틔울 수도 있고 한마디 질책으로 아이의 행동을 보이지 않게 교정해갈 수 있는 위력이 아직 남아있는 교사의 큰 존재감을 확인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뭉클하다.

아직 이렇게 교사에 대한 존경과 기대와 사랑의 마음이 남아있는 학생에게는 스승의 가르침이 스폰지처럼 학생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기에 교사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절감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한국사회에서 교사의 존재가 한없이 무력해지고 작아지고 있는 실태가,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질책수위가 한없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진실로 안타깝고 선생님의 가르침에 더 이상 귀기울이지 않으려는 반항심과 냉소주의가 팽배해져 가는 교육현실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도록 조심하던 곧은 옛 성현들의 몸가짐이 있었기에 그 스승의 가르침으로 제자가 쑥쑥 실력도 자라고 인격도 다듬어져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늦둥이 아들이 선생님 자랑을 할 때마다 귀를 기울이며 따뜻이 응수해준다. “그런 선생님이 있으니 더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네!”라고,,,,,

이 말을 하며 나는 아이의 마음에 아직 풋풋히 살아있는 교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결코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고 그런 마음을 끝까지 지켜주고픈 간절한 갈망이 생긴다. 그 마음이 사라진다면 아무리 교사가 지식을 잘 전달하고 훌륭한 가르침을 아이에게 쏟는 다해도 아이는 흡수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 마음의 예쁜 스폰지를 잘 보호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스폰지같은 마음에 선생님이 자신감과 실력이 쑥쑥 자라는 좋은 가르침을 마음껏 쏟아주시기를, 또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때는 따끔한 질책으로 올바로 교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해진다.
해가 바뀔수록 더 흔들리고 한없이 추락해가는 한국사회의 교권이 올바로 회복되여 갈 수 있는 좋은 대안들이 많이 나와 모든 제자가 스승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예의가 살아나고 그 가르침을 달게 흡수하는 진정 ‘살아있는 교육’들이 부활되여 가기를 기도해본다.

교육은 미래사회의 주인공을 키우는 한 나라의 사활이 걸린 신성한 영역이다. 그 영역을 담당하는 교권이 침범당하지 않고 제대로 살아야 그 사회와 국가의 미래가 사는 길이기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고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글/손은희 작가(하나님의 퍼즐조각 저자, 자카르타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