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인도네시아 공군기지에 군용기를 배치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호주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15일(현지시간) 군사전문매체 제인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샤프리 샴수딘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난 자리에서 파푸아에 있는 공군 기지에 장거리 군용기를 배치할 수 있게 허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러시아가 언급한 곳은 비아크 공군 기지로 CN235 정찰기를 운용하는 인도네시아 공군 제27항공대가 주둔하고 있다.
파푸아는 뉴기니섬 서쪽 지역으로 동쪽에 있는 독립국 파푸아 뉴기니와 달리 인도네시아에 속한다. 공군 기지가 있는 바이크는 호주 북부 다윈과 1천400km가량 떨어져 있다.
러시아가 인도네시아에 자국 군용기 배치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에서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분명하게 원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공격해 국제법을 위반한 권위주의 지도자로 간주한다”고 강조했다.
서방 군사정보 당국들은 푸틴 대통령이 구소련에 향수를 느끼는 제국주의 성향이 있다고 본다.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인도네시아가 러시아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며 “매우 가까운 친구인 인도네시아와 계속 교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프레나 웬나스 인도네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민감한 영역과 관련된 것을 포함해 다양한 가짜 뉴스와 언론 보도가 많이 돌고 있다”면서도 “그러한 보도들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인도네시아에 군용기를 배치하려는 러시아의 시도가 매우 위험하다며 실현 가능성은 작게 봤다.
인도네시아 젠드랄 아크마드 야니 대학교의 요하네스 술라이만 국제관계학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공군기지를 사용하자고 제안했어도 인도네시아 정부가 허용할 것 같지는 않다”며 “(만약 허용하면) 매우 심각한 역풍이 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인도네시아군은 다른 나라가 자국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는 과거부터 비동맹 중립 외교를 표방하며 미국 등 서방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도 가깝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1월 초 수라바야 해군 기지 인근 자바해에서 러시아 해군과 처음으로 합동 훈련을 했고, 며칠 뒤에는 호주군과도 함께 전투 훈련을 했다.

이런 가운데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와 면담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실은 두 사람이 양국 간 여러 현안과 전략적 의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상호 호혜적인 협력을 확대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만투로프 제1부총리는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13차 러시아-인도네시아 무역·경제·기술 협력 공동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잠재력이 크다”며 화석 연료 공급과 탄화수소 지질 탐사, 정보 보안, 인공지능 등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제보는 카카오톡 haninpost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