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가 울리면

소쩍새가 숨어 우는 흐린 저녁나절
모두가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저녁노을을 기다리는 노인이나 우리를 찾는 어린 염소이거나 혹은 짝을 찾는 청춘이거나

저쪽에서 솟쩍다 외치면 이쪽에서 솟-쩍다 답변하는 노랫소리,
풍년이 들거란 어머니의 말처럼 믿음이 가던 노랫가락이
적도를 축으로 공명처럼 들려온다

보이지도 않는 눈을 애써 깜빡이며 길 떠난 새끼 찾아 울먹이는 부성애가 구슬퍼진다
길 떠나는 다 큰 자식 보며 눈을 훔치던 어머니의 간절함이 손짓처럼 들려온다

북회귀선 지나 인도차이나반도에 이르는 긴 여정 속에서도 애절함으로 부르는 노랫소리
소쩍새 낮고도 깊게 우는 해 저녁이면 안개 속에 숨어있는 저 건너 산에서 공명처럼 들려온다

 

시작 노트:

소쩍새가 있습니다. “저쪽에서 솟쩍다 외치면 이쪽에서 솟-쩍다 답변하는” 새, 이 소쩍새가 우는 해에는 풍년이 든다는 반가운 새로 구전되고 있습니다. “북회귀선 지나 인도차이나반도에 이르는 긴 여정 속”에서도 반가운 소쩍새 소리만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잊어버린 줄 알았었는데, “적도를 축으로 공명처럼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 유달리 긴 적도의 밤하늘이 울림통이 되어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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