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에 걸린 앞치마
바람에 흔들리며
살아온 날의 얼룩을 펼쳐 보인다
꽃냄새, 밥 냄새, 비누 냄새
사람 냄새로 물든 천 조각
삶의 무게를 감싸안은 옷자락
먼 옛날, 할머니는
무명 행주치마로 나라를 지켰고
종가집 며느리는 가풍을 이어가고
일하던 손 감싸고 자식의 눈물 닦으며
침묵으로 세월을 견뎌냈다
먹을 갈고 꽃을 다듬을 때는 검정,
음식을 할 때는 진분홍,
청소할 땐 꽃무늬
순간마다 삶을 노래했다
흔들리는 바람 따라
역사를 담고
꿈을 품고, 내일을 기약하는
앞치마 한 장
시작 노트:
삶은 얼룩에 얼룩이 더해진다고 “빨랫줄에 걸린 앞치마/ 바람에 흔들리며/ 살아온 날의 얼룩을 펼쳐 보인다,” 어느 날, 이 얼룩이 모여 내 삶을 이루었고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무명의 행주치마에서, 종갓집 며느리로, 또 자식을 대하는 침묵의 세월로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앞치마, 아직도 바지랑대에 걸린 앞치마에서는 “꽃냄새, 밥 냄새, 비누 냄새/ 사람 냄새로 물든 천 조각”이 내일을 기약하는 꿈으로 흔들리고 있다.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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