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다섯 번의 산책

사 심

3.
작렬하던 태양이 한풀 꺾이고,
저 멀리 회색 구름들이 홀린 듯
머리 위로 몰려드는 순간,
찢어지는 듯한 하늘의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한차례 거센 물줄기가 쏟아진다.

이내, 신기루에 감싸이듯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또 다른 신세계로 스며든다.

땀으로 범벅된 온몸에
인공의 날카로운 한기가 느껴지며
아차! 하는 생각도 잠시,
두 손이 무거워지려는 온갖 유혹을 뒤로한 채,
조금은 기분 좋게 느껴질 따뜻한
기운을 향해 다시 세상 밖으로 걷기 시작한다.

 

시작 노트:

5편의 연작시로 구성된 「다섯 번의 산책」에서 세 번째 장면이다. 적도에서 흔한 일상을 꼽자면 당연, 강렬한 태양과 연이은 쏟아지는 비, 마치 폭우를 연상케 하는 소나기는 삶의 단면이라도 보여주는 듯 “하늘의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몰아친다. 흡사 모든 것을 끝장내기라도 한 듯 퍼붓던 비는 “또 다른 신세계로”로 인도하기도. 하지만, 이도 잠시, 언제 그랬었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더없이 맑게 펼쳐지는 “세상 밖으로 걷기 시작한다.” 아! 살만하구나!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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